토스뱅크 20억대 횡령사고…인터넷은행 첫 사례
두 번째 횡령에서 은행 모니터링에 걸려
금감원 “내부통제 허점 있는지 보겠다”
해당 직원 사망, 횡령 원인 파악은 어려울 듯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서 2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 은행권의 횡령사고가 잇따랐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횡령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주 20억원대 횡령사고 발생을 인지하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토스뱅크가 자체 조사를 진행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 후 검사 착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토스뱅크에 따르면 재무업무를 담당하는 팀장급 A씨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횡령을 저질렀다. 모 회사 법인계좌에 들어온 20억원 가량의 세금 환급금을 본인 계좌로 이체했으며 이후에도 법인계좌의 자금을 한차례 더 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두 번째 이체를 한 다음날 토스뱅크는 회사가 보유한 회계장부의 은행 계정 잔액과 실제 은행계좌의 잔액(은행 거래명세서)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는 대사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토스뱅크는 지난주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고, 이후 A씨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횡령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횡령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추적하고 있다. 다만 A씨 사망으로 인해 정확한 횡령 원인 등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뱅크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내부통제상 허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감독당국도 그런 부분을 좀 봐야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일단 A씨 개인의 일탈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시중·지방은행에서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경각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권 횡령사고는 127건 발생했고 횡령액은 1660억7600만원이다. 금융권 전체 횡령액 1931억8010만원 중 8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2017년 문을 연 이후 그동안 한 번도 횡령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내부통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횡령사고가 다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 12월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횡령 사고가 이어졌다. 올해 3월에는 신한은행 직원이 지난 3년간 약 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내부감사에서 적발됐다. 영업점에서 수출입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대출 문서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것이다.
2월에는 농협은행 영업점 직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회에 걸쳐 2565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내부에서 적발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에도 직원이 160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과거 드러나지 않았던 횡령들이 점차 확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