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3000 코스피, 중동사태 복병 만났다

2025-06-23 13:00:03 게재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따른 중동전쟁 확대 우려로 23일 시장이 열린 아시아 주요국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새 정부의 증시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한국 증시는 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중동사태 변수는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

특히 이번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경제가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이어 2차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지난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1.5%다. 당장 원유 도입 비용 증가와 원화약세가 겹치며 무역수지가 악화하게 된다.

중동전쟁 확대 우려…세계경제 시계 제로

유가급등은 새 정부의 30조5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가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회복을 제약할 수 있어서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새 정부는 수출입과 유가, 금융시장 등에 미칠 파장을 꼼꼼히 점검하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훈풍이 불어온 주식시장에도 중동사태 변수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20일 3000선을 돌파했다. 비상계엄을 넘고 글로벌 관세전쟁을 건너 3년 6개월 만에 다시 ‘삼천피 시대’를 열었다. 코스피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12거래일 사이 12% 올라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허니문 랠리의 힘은 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말 대비 5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200개였던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1조 클럽’ 상장사도 225개로 증가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미국발 관세전쟁 와중에 한국 증시가 승승장구한 것은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쪼개기·중복상장이 차단될 것으로 본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주주 환원을 늘리면 투자자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2014~2023년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26%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31%)보다 낮았다. 이를 높이면 그전보다 많은 돈이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보듯 경제 펀더멘털 호전 없이 증시부양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기에 들썩이는 서울 집값도 악재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산하면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거울이다. 선거공약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코스피 3000’을 약속했지만 지수 2000 초반에서 멈췄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한국거래소를 찾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코스피는 빠졌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000’은 역대 고점(3300선) 대비 70% 가까이 올라야 하는 다른 차원의 고지다.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 촉진 등의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주가는 기업의 수익과 성장성, 미래가치로 떠받쳐야 오르고 상승세가 유지된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있다. 10대 수출품목이 반도체 의존도만 높아졌을 뿐 20년간 변동이 없을 정도로 신산업을 육성하지 못했고 산업의 역동성도 약해졌다.

‘일하는 정부’ 실력 발휘해 중동 사태 대응해야

기대감이 주도하는 주가상승은 오래 못 간다. 추세적 주가상승의 관건은 기업 실적이다. 기업들이 왕성하게 뛰며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하도록 정부는 과감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기업 성장을 도와야 한다.

코스피 3000 돌파 당일 대통령실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이재명정부의 경제정책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하는 정부’로서 실력을 발휘해 중동사태에 면밀히 대응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초석을 다지기 바란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