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찜통폭염 반복에…지자체 긴장

2025-06-23 13:00:03 게재

6월 강수량 기록 갈아치운 곳 수두룩

인명 피해 없었지만 혹독한 장마 예고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장마가 시작부터 기록적인 폭우를 내리며 이른바 ‘극한호우’를 경고했다.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어김없이 찜통더위가 뒤따르며 올해도 호우-폭염이 반복되는 힘겨운 장마를 예고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지난 19일 시작돼 사흘간 중부지방을 비롯해 전국에 최대 196㎜의 비를 뿌리며 크고 작은 피해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예년 기록을 갈아치운 극한호우가 재난대응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시원한 바닷물에 발 담그면 무더위가 ‘싹’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진 22일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에 많은 피서객이 몰려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강릉 연합뉴스

사흘간 누적 강수량을 보면 충남 청양이 196㎜로 가장 많았고, 충남 부여, 전북 진안·익산, 인천 서구, 강원 화천, 경기 김포, 전남 영광 등에서도 150㎜ 이상의 집중호우를 기록했다.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하루 또는 시간당 강수량이다. 하루 강수량으로는 전북 진안이 170㎜를 기록했고, 전북 남원 167.5㎜, 전남 곡성 144.5㎜로 뒤를 이었다. 남원은 고창·정읍과 함께 역대 6월 하루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간당 강수량은 인천 서구가 가장 많았다. 20일 새벽 4시 58분 기준 1시간 강수량이 63㎜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간 경기 양주가 60㎜, 경기 포천이 59.5㎜를 기록했다. 경기 동두천은 1시간 강수량 50.8㎜를 기록, 역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충남 공주에서는 공영주차장 옹벽이 붕괴해 주차된 차량을 덮쳤고, 전북 고창에서는 고창읍성의 서문 옹성이 붕괴하는 아찔한 사고가 잇따랐다.

사흘간의 장마기간 산사태 침수 등에 대비해 일시 대피한 주민이 166명, 옹벽 붕괴 등 시설피해가 8건 발생했다. 또 도로 10곳과 하상도로 47곳이 침수 우려로 진입이 통제됐고, 8개 항로 9척의 여객선이 운행을 중단했다. 항공기도 15편이 결항했다. 이 밖에도 16개 국립공원 420개 탐방구간의 출입이 통제됐고, 둔치주차장 94곳과 하상도로 45곳, 세월교 172곳이 일시 통제되기도 했다.

올해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데다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탓에 지자체들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다행히 장마에 사전 대비한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3년간 침수 우려가 있는 1만6626가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목표(2만4842가구) 대비 66.9%로 여전히 부족하지만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빗물받이도 장마 직전인 지난 13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침수취약지역에 설치된 1만8000여개의 점검을 모두 마쳤다.

경북은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와 산불피해를 겪으면서 주민대피 체계를 갖추는데 주력해왔다. 실제 이번 장마기간에도 안동·상주·의성 등에서 침수와 산사태 우려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 12명이 선제적으로 대피했다 비가 그치자 귀가했다.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오는 주말쯤 다시 장마전선이 북상해 전국에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충청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산사태나 옹벽붕괴 땅꺼짐 등은 비가 누적해 내릴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며 “장마 시작부터 과거 기록을 바꿔놓을 만큼 많은 비가 내린 만큼 더 긴장하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폭염 대비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습도도 높아 체감온도는 훨씬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열사병이 속출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일본 소식에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일본은 도쿄에서만 지난 18일 하루 동안 169명이 열사병 증세로 치료를 받았고,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폭염에 대비해 무더위쉼터를 확대·점검하고, 관련 기관들과 함께 건설현장·배달노동자 근무환경 점검에도 나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제설차를 살수차로 활용하고, 간호사가 직접 취약가구를 찾아가 건강을 살피는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경북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여름은 예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온열질환 발생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온열질환에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 만성질환자 야외작업자 등의 안전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신일·이제형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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