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법조인이 본 명품 리더의 조건

2025-06-23 14:35:04 게재

서평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품격>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지난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고민했을 주제다. 비단 대통령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모든 공동체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리더에 따라 공동체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만큼 공동체의 리더는 자리에 걸맞은 자격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품격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을 지낸 이건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최근 펴낸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품격’은 공동체 리더가 지녀야 할 가본 자질과 덕목을 자세히 제시한 책이다.

이 변호사는 전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0년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 정보통신과장, 서울고검 송무부장, 제주지검장, 창원지검장, 대검 공판 송무부장 등을 지냈다. 2014년 변호사 개업 이후에도 국방부 5.18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 여러 차례 공직을 역임했다. 2018년에는 권익위 부위원장에 임명돼 3년간 사무처장을 겸임하며 공공재정환수법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기여했고, 2021년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처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32년간의 공직과 이후 변호사로 일하면서도 공동체의 가치와 번영, 시민의 상생과 공동선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 책은 이같은 그의 오랜 고심의 결과물이다. 앞서 2년 전 출간한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이 변호사는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자질로 우선 ‘공감하는 사람’을 꼽는다. 다양한 소통으로 동의와 설득을 구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공동체 구성원들도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진실과 정직’이다. 거짓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또 ‘헌신하는 사람’을 강조한다. 헌신은 구성원들에 대한 ‘섬김’과 역할에 대한 ‘책임’으로 나타난다. 자율과 책임, 분업과 협업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것도 헌신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비전’ 역시 리더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리더는 역사와 미래를 관조하면서 미래세대를 양성하고, 변화에 앞장서며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공동체 비전을 새롭게 함으로써 ‘희망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은 ‘순리와 상식’, ‘공정과 정의’가 지켜질 때 생겨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변호사에게 리더는 구성원간의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 속에서 연대와 협력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을 통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다양한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존중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용’은 진영논리와 분열, 갈라치기와 편가르기가 판을 치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리더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이 변호사는 리더는 만기친람하지 않고 인치가 아닌 시스템으로 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래야 권력의 뒤바뀜에 따라 조변석개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진영, 이념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이 다루는 공감과 헌신, 희망과 통합의 리더십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주제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오랜 공직 경험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전혀 새롭게 읽힌다. 꼭 공동체의 리더이거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가 아니어도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리더가 아니던가. 자신의 생활을 가다듬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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