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

2025-06-24 13:00:02 게재

무역협회 “아프리카와 협력 확대해야” … 중국 미국 EU 공격적 투자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들은 아프리카 공급망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아프리카 광물 확보 경쟁 속 주요국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백금족과 희토류뿐 아니라 리튬 코발트 흑연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미탐사 지역이 많아 잠재성이 큰 데다, 세계에서 가장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구조를 가진 대륙인 만큼 핵심광물 채굴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에도 유리한 조건을 지녔다. 주요국간 아프리카 진출 경쟁도 최근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2000년대 이전부터 외교부장의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전통을 이어오는 등 오랜 외교관계를 기반으로 경제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활용해 대규모 광물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중동에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 2위 권역에 해당한다.

중국 민간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도 활발하다. 화유코발트 CATL 블랙록마이닝 등 중국의 주요 전기차·배터리·광물 기업들은 현지 광산 지분을 사들이거나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 협력체를 통해 우방국과의 아프리카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을 내세워 광물 수송 인프라인 ‘로비토 회랑’에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은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를 중심으로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종합상사를 통한 현지 지분 투자도 확대했다.

반면 한국은 대아프리카 투자 규모와 교역 수준이 현저히 낮아 아프리카내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240억달러였지만 중국과 미국은 각각 2950억달러, 730억달러에 달했다.

해외직접투자(FDI) 통계에서도 2023년 기준 한국은 3억4000만달러인 데 비해 중국과 미국은 각각 39억6000만달러, 77억9000만달러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은 정권에 따라 인도주의, 자원외교, 공적개발원조(ODA) 등으로 대아프리카 협력 전략이 변화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 EU, 미국에 비해 배터리 다운스트림 공급망이 탄탄하며 배터리 산업의 첨단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경 파괴, 불법 채굴 등 논란이 있는 중국에 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무협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공급망 통제와 미국의 탈중국 정책 강화의 이중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아프리카가 공급망 다변화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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