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윤준서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
무전공 합격 비결은 호기심 심화 탐구
수시 합격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고난도 활동과 화려한 선택 과목? 준서씨의 생각은 달랐다. 각 과목의 역량을 충실히 기르고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심화 탐구하는 데 집중했다. 담백한 정공법을 택한 준서씨는 결국 모든 분야의 종합 역량을 중시하는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윤준서 |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서울 보인고)
진로와 직접 관련 없어도 흥미 생기면 탐구에 몰입
처음에는 준서씨도 어떤 탐구 활동이든 진로와 연관 지으려고 노력했다. 생명과학 분야를 진로로 정한 후엔 <미술> 시간에도 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을 정도였다. 그러다 전략을 완전히 바꿔 ‘보여주기식 탐구’가 아닌 각 과목의 역량과 자신의 흥미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택 과목 역시 순수한 호기심으로 골랐다. 방정식으로 구하지만 실제로는 근으로 성립하지 않는 무연근을 배운 다음, 무연근의 발생 원리를 알고 싶어서 <심화수학Ⅰ>을 이수했다. 수업에서 다양한 방정식 그래프를 그리면서 무연근이 발생하는 이유를 기하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심화수학Ⅰ>에 무연근을 다루는 단원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이수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무연근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리 함수의 특성, 미분과 기하 등 앞서 배운 개념을 활용하는 능력까지 기를 수 있었죠.”
관심 있는 분야는 주제를 잡고 꾸준히 심화 탐구했다. 준서씨는 특히 장내 미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장내 미생물이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고2 <생명과학Ⅰ> 시간에 장내 미생물을 유익균과 유해균, 더 많은 균의 특성을 따라가는 중간균으로 나누어 탐구했고, <수학Ⅰ> 시간에는 장내 미생물의 번식 생장 곡선을 함수식으로 설명했다. 고3 동아리 활동에서는 장내 유해균을 없애는 비피두스 활성 효과를 학습했다.
“원래 병의 치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장내 미생물은 우울증과 퇴행성 뇌 질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영향을 줘요. 이 기저를 이해하면 병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꾸준히 탐구했죠. <생명과학Ⅰ> 시간에는 희귀 유전병 치료에 활용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학습했고요.”
고3 때는 여러 학문을 융합한 탐구에 도전했다. <생명과학Ⅱ> 시간에 수행한 두 가지 유전자가 섞인 현생 인류의 유전자 탐구가 대표적이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만남을 설명하기 위해 지구 자전축과 공전 궤도의 변화, 이 때문에 생긴 온실가스 농도 변화와 기후변화 등 지구과학과 지리학 개념을 활용했다.
“과학을 깊게 탐구하다 보니 다른 학문과 연계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두 고대 인류의 유전자가 섞인 유골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논문을 찾아 읽었죠. 간빙기에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아시아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데니소바인을 만났다는 가정이 화석 분석과 일치했어요. 여러 학문을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준서씨의 관심은 진로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문학> 시간에 최인훈의 <광장>을 분석했던 탐구 활동은 100% 호기심으로 이뤄진 결과다.
“진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과목이었지만 남한과 북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주인공의 심리에 깊게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논문을 찾아 읽으며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상과 이데올로기를 탐구했죠. 이념 갈등으로 혼란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더라고요. 문학 작품을 그렇게 깊게 읽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탄탄한 학생부와 수능 성적으로 상향 지원
한양인터칼리지학부는 2025학년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다. 준서씨는 과학 분야에 두루 관심이 있던 터라 여러 분야를 경험한 후에 최종 전공을 결정하는 교육과정에 끌렸다고.
“물리학과 공학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고교 시절엔 추가로 탐구할 여유가 없었죠. 덕분에 그때의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지금은 생명과학보다 공학에 마음이 기울어서 공학 연구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준서씨는 수시 지원 당시 학생부종합전형 중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는 추천형을 선택했다. 자사고인 모교의 특성상 내신이 다소 불리했지만 깊이 있는 탐구 활동이 담긴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합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고교 시절 내내 수능 공부를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내신을 열심히 준비하면 결국 수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어요. 다만 탐구 과목을 선택할 때 전략을 잘 세워야 해요. 저는 정시까지 고려해 비교적 상위권 경쟁이 덜한 <지구과학>을 골랐는데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이기에 따로 공부하느라 고생했거든요. (웃음)”
고교 시절의 탐구 활동이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준서씨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한다.
“고교 시절에 다양한 주제를 접했더니 대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학문을 융합한 주제는 뻔하지 않고 배울 내용도 많아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음 탐구에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한다면 대학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알아볼 거예요.”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