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평화배당’ 이제는 확실히 챙길 때다

2025-06-25 13:00:02 게재

한국전쟁 75주년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 휴전했다. 3년 1개월간 계속된 전쟁이다. 사상자만 최소 360만명에서 400만명이다. 약 1000만명이 이산가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아직도 5만여 명이 가족의 생사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쟁의 상처는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도시와 산업 시설은 초토화되었다. 특히 서울은 4번의 점령과 탈환을 반복하며 건물의 70%, 평양은 80% 이상이 파괴되었다. 학교 병원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의 50~90%가 멸실되었다. 남한의 GDP는 전쟁 전과 비교해 80% 감소했다. 농업 생산력은 전쟁 전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후 1인당 GDP는 51.7달러(현재 가치로 약 600달러)였다.

전쟁의 대가는 엄청난 피해였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휴전상태다.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75년의 세월이 흘러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분단국이라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한 채 살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전쟁 도발의 싹이 때를 기다린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자. 3년째다. 우크라이나의 GDP는 약 30% 이상 급감했다. 세계 5위 밀 수출국의 농토가 30% 이상 훼손됐다. 지뢰 매설과 전투로 사용 불능 상태다.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도 제철소가 파괴되면서 산업기반 전체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도로 교량 등 사회적 인프라 피해는 추정이 어려울 정도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전쟁 피해와 서방 국가의 포괄적 제재로 불능상태에 빠졌다. 오로지 천연자원과 주력산업인 가스 등 에너지에 연명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의 인력 유출은 국가적 위기다. 미래의 성장 잠재력이 사라지고 있다.

평화지수 높을수록 경제성장률 안정적

2024년부터 격화된 이스라엘-이란 간의 전쟁 피해도 막대하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일단 휴전을 선언했지만 종전까지 길은 멀다. 핵무기 보유와 확산 방지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다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배경에는 핵무장이 깔려 있다. 그래서 북한의 핵 보유가 불안하다.

전쟁의 피해는 원상복구가 없다. 반대로 평화가 주는 가치는 무한하다. 평화배당(Peace Dividend)이 그것이다. 군비 지출을 평화적 생산적 용도로 전환할 때 생기는 이익이다. 평화의 혜택(배당)은 유럽연합(EU)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 유럽은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었다.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설립하고 1985년 유럽경제공동체로 발전하면서 전쟁 없는 평화 배당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3년 EU가 탄생했다. EU 1인당 GDP가 6만2660달러(2024년)다. 평화가 주는 이익배당이다. EU 회원국 간의 무역량은 1950년대 대비 50배 이상 증가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모네(Jean Monnet)는 “우리는 국가들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통합하고 있다”는 말로 통합이 가져온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경제공동체가 가져다주는 평화는 민주주의 토양이 되었다.

국제경제평화연구소(IEP)가 발표하는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가 잘 보여준다. 평화로운 국가일수록 1인당 GDP가 높다. 경제성장률이 안정적이며, 외국인 투자도 활발하다. 스위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평화지수 상위 국가들은 모두 높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반대로 GPI가 낮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분쟁 지역 경제는 파탄 상태다.

한반도에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남북 분단이 길어질수록 통일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유럽통합이 증명한다. 경제 협력을 통한 점진적 통합 방식이 그것이다. 정치적 통일보다 지속가능한 접근법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의 경험을 발전시켜 포괄적인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평화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경제적 번영, 민주주의 발전, 인권신장, 환경보호, 기술 혁신 등 모든 이상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평화에 이르는 길은 없다. 평화가 바로 그 길이다”라 했다.

평화는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자체다. 우리는 평화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평화구축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민주정부 통일정책 실효적 계승을

국민주권을 앞세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제4대 민주정부다. 민주정부의 통일정책을 실효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평화로운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이다. 남북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인도적 교류부터 확대하는 것이 순서다. 거창한 통일 담론보다는 작은 실천이 쌓여 신뢰가 형성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전쟁 75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며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억의 날이다.

칼럼니스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