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성당 항구…스웨덴 알메달렌 모든 곳이 토론장

2025-06-25 13:00:09 게재

북유럽 대표 정치축제 ‘알메달렌 위크’ 가보니

공식세션만 2400여개, 행사기간 10만명 방문

“지금 중동이 불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웃 나라들을 폭격하고 백악관이 리얼리티 쇼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민주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EU가 필요한 때입니다.”

24일 낮 12시(현지시간) 스웨덴 고틀란드주 비스뷔시 알메달렌공원. 중앙무대에 오른 시모나 모함슨 자유당 대표는 “전쟁과 갈등의 시기에 스웨덴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란 사회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저는 현실주의와 낙관주의를 동등하게 적용해 이를 실현하겠다”며 내년 선거에서 자유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올해 ‘알메달렌 위크’의 첫 정당대표 연설이었다.

스웨덴 ‘알메달렌 위크’ 방문객들이 중앙무대에서 진행되는 연설을 듣고 있다. 스웨덴 곽태영 기자

◆스웨덴 8개 정당 모두 참여 = ‘알메달렌 위크’는 1968년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의 고틀란드섬 연설을 계기로 시작된 북유럽 최대 정치사회축제다. 매년 6~7월 한주 간 열리는데 스웨덴의 8개 정당이 모두 참여한다. 정당 규모나 의석수와 상관없이 같은 크기의 부스에서 당의 지향점 등을 홍보한다. 가장 큰 행사인 정당연설회도 8개 정당이 순번을 정해 매년 일정을 바꿔가며 연설한다. 올해 연설회는 이날부터 4일간 매일 낮 12시, 오후 7시 두차례씩 진행한다. 이날 정오 시모나 모함슨 자유당 대표에 이어 오후 7시 지미 아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가 연설한다. 중앙당 녹색당 사회민주당 온건당 좌파당 순으로 이어지며 마지막날 에바 부시 기독교민주당 대표의 연설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알메달렌 공원 한켠에 마련된 정당부스 앞에서 정당 관계자와 방문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곽태영 기자

알메달렌공원 정당부스에서 만난 마티아스 백스트롬 스웨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10년 사이 스웨덴은 난민을 너무 많이 받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범죄률도 증가하고 있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스웨덴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알메달렌은 정치축제지만 정치 이슈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단체 기업 학생 노동자 등 다양한 국민들이 참여해 매년 2000개~3000개의 토론장이 열린다. 주차장 잔디밭 천막 성당 등 인구 6만명이 사는 고틀란드섬의 작은도시 비스뷔시의 모든 곳이 토론장으로 변한다. 주최측 관계자는 “올해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프로그램이 2400여개”라며 “개방성 접근성 상호존중 민주주의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과 대화가 알메달렌위크의 덕목”이라고 소개했다.

스웨덴 정치축제 ‘알메달렌 위크’가 열리는 비스뷔시의 거리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곽태영 기자

◆“모든 사람이 정치인이다” = 행사장에 설치된 부스에선 열띤 연설과 토론이 이뤄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순환 건축자재를 활용한 건축’ ‘무현금 사회의 아웃사이더를 위한 현금반란’ ‘은행의 초과이익을 막을 e-크로나(스웨덴 화폐) 전략’ 등 주제도 다양하다. 부스마다 간단한 기념품과 여러 의제에 대한 의견을 담은 홍보물을 비치해 두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주간에만 전 세계에서 10만명 가량이 비스뷔시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어나 외국어로 진행되는 세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스웨덴어로 진행된다. 스웨덴의 이민정책 복지정책 등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들이 그만큼 많다.

이 가운데 ‘다자녀 수당을 유지하라’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의 어머니들’이란 단체는 “다자녀 수당은 둘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지급되는 아동수당에 대한 추가 지원금인데 정부가 이를 폐지하려 한다”며 “이는 특히 여러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사회보험청의 분석에 따르면 다자녀 수당이 폐지될 경우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살고 있는 33만명의 어린이는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선진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도 복지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동완 브레인파크 대표는 “행사가 열리는 고틀란드섬이 휴양지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 젊은층과 이민자들의 참여가 적어서 올해는 스톡홀름에서 일부 행사를 나눠 진행했다”며 “‘모든 사람이 정치인이고 누구든 자기 생각을 알리고 실천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알메달렌 행사 취지가 퇴색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