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경무씨, 사형 58년 만에 ‘무죄’

2025-06-25 13:00:22 게재

이복형에 속아 납북 … 탈출 뒤 간첩 누명

1·2심, 재심 무죄 선고 … 대법, 원심 확정

1960년대 북한에 방문한 후 간첩활동을 했다는 누명으로 사형을 당한 일명 ‘제주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 고 오경무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지난 1967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후 58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 오경무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1966년 당시 제주도에 거주하던 오경무씨와 남동생 오경대씨는 북한에 거주하던 이복형인 오경지씨에게 속아 납북된 후 탈출했다.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인 1967년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오경무씨는 사형을, 오경대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오경무씨의 간첩행위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된 여동생 오정심씨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오경대씨는 재심을 통해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2023년 10월 오경무씨와 오정심씨에 대한 재심 1심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오경무씨가 지난 1966년 북한에서 돌아와 국내에 입국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 행위를 인정할 수 없고 실질적 해악이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오정심씨의 혐의에 관해선 “우선 오경무씨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정심씨가 (오경무씨의) 모든 사정과 행위를 알았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시대 상황 속에서 가족의 정에 이끌려 한 행위로 인해 가족 모두에게 가혹한 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에서 특수잠입·탈출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오자 예비적 공소사실로 일반잠입·탈출 혐의를 추가했다. 일반잠입·탈출 혐의는 특수잠입·탈출과 달리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무죄가 선고된 여동생 오경심씨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았다.

2심도 오경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오경무씨가 북한에 갔다가 돌아온 행위에 대해 주위적 공소사실처럼 ‘북괴의 지령 하에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기 위한 월북권고임을 알면서도 이를 수락하고 탈출했다’거나 ‘북괴의 지령을 받고 잠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예비적 공소사실 역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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