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장립종쌀 인디카 재배 100ha로 늘어

2025-06-26 13:00:01 게재

영농법인과 육종학자 협업

농진청 인디카 개발로 확대

단립종 품종 자포니카 계열을 심어 온 국내 쌀산업이 기후변화로 변화하고 있다. 전남 해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등에서 재배하는 길쭉한 장립종 쌀품종 인디카 재배가 조금씩 확대된 것이다.

윤영식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5일 “2021년 2ha로 시작한 인디카 재배면적은 2022년 10ha, 2023년 5ha, 2024년 21ha를 거쳐 올해는 100ha로 늘었다”며 “해남 인디카 생산량은 10a당 평균 360~470kg로 자포니카 계열 평균 생산량 520kg보다 적지만 육종과 재배법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농촌진흥청 연구개발까지 확대된 인디카 재배는 윤 대표와 육종학자 진중현 세종대 교수의 협업에서 시작됐다.

해남 간척지에서 대규모 영농을 하던 윤 대표는 간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해서 약용으로 각광받던 밀크시슬(milk thistle) 재배를 상담하기 위해 진 교수를 찾아갔다가 연구실에 있는 인디카 쌀을 보게 됐다. 진 교수는 필리핀에 있는 국제벼연구소(IRRI)에서 벼 품종 개량을 연구했고, 국내에서도 품종 개량을 이어가고 있다.

윤영식(왼쪽)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진중현 세종대 교수가 해남에서 재배한 인디카 품종 벼 이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진중현 교수 제공

진 교수는 “윤 대표가 인디카 품종을 하나 달라고 했는데, 기후변화 적응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인디카 품종은 세계 쌀 무역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려면 우리 기후와 토양 적성에 맞는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며 “윤 대표에게 인디카 재배가 성공할 수 있게 돕겠다며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윤 대표가 로열티 1000만원과 별도로 3년간 1억1000만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해남 인디카 재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쌀 계약재배농업인 100명이 300ha에서 유기농 쌀을 재배한다. 지난해 쌀 수출 400톤을 포함, 매출액은 56억원 규모다.

법인은 소비자 취향과 소비 트렌드에 맞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품종중심의 전략을 세우고 고품질 쌀품종 개발과 기술이전을 위해 대학·식품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쌀 부산물을 이용해 쌀아이스크림 쌀면 쌀음료 등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윤 대표와 진 교수가 시작한 ‘장립형 인디카벼 산업화 플랫폼 개발’ 사업은 지난해 끝났지만 ‘현장 육종’의 성과는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R&D)로 이어졌다.

윤 대표는 “차별화된 품종을 개발하고 생산·판매하는 것이 우리 법인의 정책”이라며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겨냥하려면 통일계통의 인디카가 아니라 길다랗고 맛과 품질이 적합한, 전형적인 인디카가 필요한데 진 교수가 개발한 게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나 대기업도 아닌 영농조합법인이 연구개발비를 대면서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인디카 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윤 대표는 “진 교수와 함께 종자보급체계부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했지만 힘에 부치기도 했고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전형적인 인디카 쌀을 해남에서 심으며 개발하는 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봤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상황이 빨리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이 인디카 육종과 보급에 참여했다. 인디카 재배는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고, 밥으로 주로 먹는 자포니카 계통 쌀과 달리 가공형 수출형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수급조절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게 주목받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이 비싸게 수입해서 먹는 인디카 쌀을 대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올해부터 5년간 150억원을 투입하는 ‘내수 및 수출 용도별 맞춤형 장립종 품종개발’을 시작했고, 진 교수와 윤 대표도 함께 하고 있다.

진 교수는 “몇 년을 길러보니 인디카 품종에 기후변화 대응 형질을 도입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며 “해남에서 재배하는 것을 보고 몇몇 다른 지역에서도 심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디카 장립종 개발과 재배, 판매와 수출에 성공하려면 기술 뿐만 아니라 자발적 농민들의 참여와 의지, 그리고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수요형인 자포니카 단립종과 달리 주로 수출 가공용으로 쓰일 인디카 장립종이 우리나라 쌀산업 형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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