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선 긋고 ‘일상적 인사권’ 보호

2026-02-24 13:00:03 게재

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확정 … 양대노총 “교섭권 침해, 법 취지 몰각한 시행령” 비판

정부는 내달 10일 시행을 앞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4일 심의·의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확정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GM부품물류 집단해고 촉구 1월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에서 GM부품물류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찢겨진 노란봉투법에 대한 답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집단해고 해결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행정지침에는 사용자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인 ‘구조적 통제’가 불법파견과 혼동되지 않도록 구분 설명 문구를 추가해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했다. 현장에서 사용자 개입으로 과도하게 해석될 수 있는 사례들을 정리·삭제하거나 ‘구조적 통제로 볼 수 없음’을 명시했다.

예컨대 △공정 충돌 방지를 위한 일정 조율 △생산정보 공유 △법령·규정 준수 요구 △작업계획서·표준작업지침서에 따른 일반적 준수 요구 등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지 않는 한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쟁의 범위도 재정리했다. 기존 안은 ‘배치전환’을 쟁의 대상으로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 기업의 일상적인 인사권마저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반영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배치전환은 제외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또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이행,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이른바 ‘권리분쟁’은 사법절차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임금·복리후생비·퇴직금, 근로시간·휴일·휴가, 징계·해고 절차, 안전보건 등 근로조건 관련 사항에서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노동부는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책도 병행한다. 지침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구체적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신설한다. 법률 및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용자성 여부 등에 대해 신속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 의견뿐 아니라 소수 의견도 함께 병기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25일부터는 노동부 홈페이지(노동포털)를 통해 누구나 사용자성 여부를 질의할 수 있는 별도 창구도 열린다. 아울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원·하청 상생교섭 컨설팅’에 본격 착수한다. 전문가팀이 노사 양측의 교섭 준비 상황을 기초 진단하고 의제와 방식을 조율해 실질적인 교섭 모델을 민간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시행령 정비와 해석지침 확정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판단지원과 상생교섭 지원을 통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노사가 교섭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법 시행 이후에도 해석지침·컨설팅·판단지원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상생적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끝까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좁히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원·하청 교섭 촉진과 절차적 지원을 강조했지만, 정작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의제 보장이라는 개정 노조법의 핵심 취지는 시행령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설명과 달리 시행령이 현장에서 사용자 책임을 좁히고 노동자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결권과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노조법 개정의 취지는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투쟁으로 지침이 일부 수정되긴 했으나 여전히 하청·비정규·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법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창구단일화와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이 노사 자율 교섭을 저해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에 원청과의 교섭권 실질 보장을 촉구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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