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로스쿨+사시 병행’ 검토 지시

2025-06-26 13:00:20 게재

로스쿨 제도에 “법조인 양성 루트 문제” 지적

“법조인 양성 루트 검토 해달라” 대통령실 지시

20대 대선 공약집에도 “사법시험 일부 부활”

“두 제도 병행은 안 돼, 하나만 선택해야”

“사법시험 일부 부활을 추진하고 로스쿨의 문호를 확대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3년 전인 지난 2022년 20대 대선후보로 나와 내놓은 공약이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후 민주당은 이어진 총선과 대선 공약집에서 ‘사법시험 부활’을 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다시 꺼내들었다.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으로 전환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법조인 양성방법이 재검토될지 주목된다.

26일 친이재명계 민주당 모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학 4년 다니고 다시 로스쿨을 3년 다녀야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데 이 방식으로는 이재명 같은 사람이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 대통령은 학부에서 공부한지 5년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계층 상승을 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법시험이 우리 사회에 가난한 사람,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계층 상승의 통로였다”며 “(노무현)민주정부에서 그런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하나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사법서비스의 질 저하, 변호사시험 낭인 속출, 너무 많이 드는 비용 등을 지적하면서는 “로스쿨 제도는 실패했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다시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 매몰비용은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며 “제도를 보완하고 사법시험과 로스쿨제도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20대 대선 공약에서 이 대통령은 △사법시험 일부 부활 추진과 △로스쿨 문호 확대를 동시에 제시했다. 그는 “로스쿨과 병행해 예외적으로 학력 제한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면서 “로스쿨은 그냥 두고 일부만 사법시험을 해서 중고등학교를 못 나온 사람도 실력이 있으면 변호사 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페이스북에 “장애까지 안은 빈민 출신의 소년 노동자가 지금의 지위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명백히 사법시험 덕분”이라며 사시 존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대선 공약을 책임졌던 모 의원은 “사법시험 부활은 당시에도 논란이 됐지만 대통령이 주장하는 바람에 공약에 넣은 것”이라면서 “이미 로스쿨로 정해 시행되는 있는 상황에서 다시 사법시험을 가져오는 것은 논란만 키울 수 있는 문제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사법고시 복원’ 의지는 꺼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전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한 시민이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달라”고 요구하자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안 나와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서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안 그래도 실장·대변인과 점심 먹으며 사법시험 부활 얘기를 했다”며 “법조인 양성 루트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 과거제 아니고. 그런 걱정을 잠깐 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로스쿨 제도가 이미 저렇게 장기간 정착됐으니 그걸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테고 그렇다고 모든 길은 오로지 로스쿨 외엔 없다, 꼭 이래야 되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시민이) 오늘 말씀하신 것들을 염두에 두고 검토나 한번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위원회 관계자는 “사법시험 개편과 관련한 대통령의 말이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대통령의 검토지시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검토대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 역시 “이것(사법시험 부활)을 정책으로 하는 문제는 사회적 격론이 벌어질 일이라 쉽게 얘기를 못 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공감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금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로스쿨제도는 노무현정부때인 2008년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대규모로 양성해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높이고 사법 낭인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미 17째 운영 중이다.

당시 로스쿨제도를 연구했던 모 검찰출신 민주당 의원은 “로스쿨법이 통과된 이후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법조인 양성제도의 실패 이유를 분석했는데 로스쿨과 사법고시, 로스쿨과 법학과는 공존하면 안되고 사법낭인도 해소하기 위해 시험을 볼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어냈고 그게 반영됐다”면서 “사법고시와 로스쿨은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둘 다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악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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