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여 공세·당 쇄신 모두 ‘빈손’ 우려
김민석 막기 역부족 … 법사위원장 확보 쉽지 않아
혁신 논의 한 발짝도 못 나가 … “전대까지 무기력”
6.3 대선 패배 이후 3주일이 넘게 흘렀지만 국민의힘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거대여당과의 싸움에서도, 당 쇄신 논의에서도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 8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까지 지금 같은 무기력증이 계속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나온다.
25일 김민석 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파행 끝에 종료됐다. 국민의힘은 이틀 동안 실시된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재산과 가족을 겨냥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는 버텼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2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실력이 없다. 김 후보자를 쩔쩔매게 할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건 이번 청문회 이틀 간 다 알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청문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김 후보자 인준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석수(167석)를 고려하면 민주당만으로 인준안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으로선 더 이상 김 후보자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정한 장관 후보자 11명에 대해서도 “부적격”이라고 평가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지만, 낙마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관은 총리와 달리 인준안 표결도 필요 없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소수여당임에도 불구하고 29명에 달하는 장관급 인사를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을 통해 “법사위원장을 달라”는 요구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존 합의대로 22대 국회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법사위원장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대여 공세뿐 아니라 당내 쇄신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5대 개혁안’은 논의도 되지 못한 채 공전 상태다. 김 위원장은 30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친한(한동훈)과 일부 재선그룹에서 김 위원장 임기 연장을 주장하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나간 뒤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겸직할 것이란 전망이다.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꾸려 쇄신 주도권을 쥐려 했지만 26일 현재까지 출발도 못하고 있다. 혁신위 인선이 순탄치 않다는 관측이다. 일부 친한 의원에게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충격에서 벗어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비주류 의원은 25일 “8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지금 같은 무기력증이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