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한강 전망 즐기며 야외에서 요가
강남구 삼성동 해맞이공원에서 ‘별빛요가’
‘풍경 맛집’에 문화예술 더해 대표 명소로
한낮 불볕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맞이공원 전망대에 편안한 운동복 차림 주민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나 회사에서 바로 빠져나온 듯한 양복차림 중년 남성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은 하나다. 알록달록한 깔개다. 공원 맨 안쪽까지 이동한 주민들이 잔디 위에 깔개를 펼치더니 신발을 벗고 앉는다. 잔디밭 곳곳에 놓인 노란 별이 빛을 뿜을 즈음 강사가 무대에 오른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단체 요가가 시작된다. 산책 나온 주민들이 자연스레 합류하고 전망을 즐기던 이들도 동작을 따라 한다. 지난달 22일부터 목요일 저녁 7시면 찾아오는 ‘별빛요가’다.
26일 강남구에 따르면 ‘풍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삼성해맞이공원이 새로운 문화예술 거점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또다른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수도권 주민들, 외국인 관광객까지 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개별적으로 찾아와 휴식을 즐긴다.
삼성해맞이공원은 지난 1977년 봉은배수지로 출발했다. 지난 2013년 삼성·봉은배수지로 증설하면서 상부에 녹지를 조성하고자 했는데 도시계획시설상 ‘수도공급설비’로만 돼 있어 방치해 왔다. 급기야 지난 2020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관리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구는 관련 기관 협의를 거쳐 공원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1단계 조성사업을 진행, 10월 상단부 1만3814㎡를 개장했다. 이듬해 1년간 공사 끝에 하단부 8784㎡가 문을 열었다. 너른 잔디밭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배치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 탁자·의자와 서양식 정자를 더했다. 한강쪽으로는 안전난간을 꼼꼼히 둘렀다.
주변 고층 건물 사이에 분지처럼 자리한 공원에서는 한강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동대교 청담대교 잠실대교 등 강남·북을 잇는 다리와 건너편 뚝섬한강공원,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용마산 아차산까지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잠실종합운동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강남구는 신년 해맞이축제와 음악공연 등에 이어 지난해부터 별빛요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봄 매회 100~12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끈 만큼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요가 이후 재즈 클래식 등 공연이 이어진다. 구는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반짝임 대신 차분하고 조용한 낭만을 엿보도록 준비했다”며 “주차장도 화장실도 없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편인데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이 앞장서 별빛요가를 진화시킨다. 누리소통망을 통해 ‘더 즐기는 법’을 공유하면서 공연과 함께 즐길 먹거리를 준비해 오는 식이다. 개근 참가자로 손꼽히는 김성일(59·개포동)씨는 “처음에는 부끄러웠는데 핑계를 대서 계속 나오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야경을 바라보며 운동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다 간다”고 말했다. 이주연(58·개포동)씨는 “자연과 연결해서 ‘구름을 잡아라’ 이런 식으로 설명해 주니 다음에는 실내에서 운동을 해도 하늘이 보일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상반기 별빛요가는 26일 마무리된다. 구는 오는 9월과 10월에도 같은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과 주민 모두 힐링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