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시장 과열에 급하게 ‘가계대출 규제’ 칼 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으로 제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내일부터 시행, 정책대출에도 규제 강화 … “필요시 추가 조치 시행”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라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정부 출범과 맞물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한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서울을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 사태가 다시 나타나면서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기로 한 것이다.
27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수도권 중심의 대출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 △은행권 자율관리조치를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여신한도(6억원) 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 등 크게 4가지다.
◆대출을 통한 고가주택 구입 막아 = 먼저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로 금융권 전체의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전체 금융권의 대출(정책대출 제외) 총량목표를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대출 총량이 급감한 상태에서 대출이 고가주택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담대 여신한도 규제도 시행한다.
서울 강남 3구를 비롯해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파른 마포·성동 등 서울지역은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여신한도 제한’이 부동산 거래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취급하는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는 만큼 금융권 대출을 통한 고가주택 구입이 사실상 막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금융권 전체에 28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은행권에서 자율관리조치로 시행하고 있는 2주택 이상 보유자 등에 대한 추가 주택 구입 주담대 제한 조치는 2금융권 등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된다. 현재 2주택 이상 보유자와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은행들은 LTV 0%를 적용, 주담대를 금지하고 있다.
28일부터는 다른 금융회사들의 주담대 창구도 막히게 된다. 다만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할 경우(처분 조건부 1주택자)에는 무주택자와 동일하게 비규제지역 LTV 70%, 규제지역 LTV 50%가 적용된다.
이와함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수도권·규제지역 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은 금지하기로 했다. 주택 매수자(또는 수분양자)가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 또는 분양잔금을 납입할 때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차단하고, 전세대출 심사 시 임대차계약서 상 임대인과 임차주택 소유주가 다른 경우 전세대출 취급이 금지된다.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도 28일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은행들이 연소득의 1~2배 이내에서 제한하고 있다.
◆정책대출 한도도 축소, 6개월 이내 전입의무 = 주택 관련 정책자금 대출한도도 축소된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LTV를 현행 80%에서 70%로 낮추고 전입의무(6개월 이내)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책대출(디딤돌, 보금자리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책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은 전 지역에서 대출 최대 한도가 대상별로 축소 조정된다. 디딤돌 대출 일반은 현재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생애 최초 디딤돌은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신혼 특례 디딤돌의 경우 4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신생아 특례 디딤돌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한도가 낮아진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구입시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등 금융권 대출을 실거주 목적에 한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책대출(보금자리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재 90%에서 80%로 낮아지고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여신 심사 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조치 시행 이전에 주택 매매계약 또는 전세계약을 체결한 차주(주담대, 전세대출, 정책대출 등), 대출 신청접수가 완료된 차주(신용대출 등) 등에 대해서도 경과 규정 등을 마련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금은 금융당국, 관계기관,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를 갖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할 시기인 만큼, 전 금융권이 가계부채 관리 조치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권 처장은 “금융회사들의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 준수 여부와 지역별 대출동향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시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DSR 적용대상 확대(전세대출, 정책대출 등), 거시건전성 규제 정비(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준비돼 있는 추가적인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