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검찰개혁’ 종지부 찍나
정성호-봉욱 투톱, 수사·기소 분리에 방점
특수수사 힘빼고 형사사건·재판 중심 재편
개혁·인적 쇄신 속도낼듯 … 검찰 반발은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의 투톱으로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봉욱 민정수석을 선보이면서 검찰개혁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30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의원인 정성호(사법연수원 18기)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검찰 출신인 봉욱(연수원 19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민정수석으로 발탁했다. 또 정성호 장관 후보자와 법무부를 이끌 차관에 이진수(연수원 29기) 대검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정부가 추진할 검찰 개혁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사실상의 검찰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능 확대 등 검찰 기능을 대신할 ‘권한 분점’에 방점을 찍었다.
수사 착수부터 소추, 공판, 형 집행에 이르기까지 형사법 집행 과정에서 유난히 수사와 기소 측면에서 검찰을 향한 비판이 제기됐던 만큼 현 정부 검찰 개혁은 아예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은 형사 재판에 집중하는 식으로 대대적인 기능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성호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38년간 인연을 이어오며 친명(친이재명) 그룹인 ‘7인회’의 맏형으로 불린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 위원장, 법제사법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정치적 중량감 역시 상당하다는 점에서 검찰 내부의 반발을 눌러가며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역대 가장 강한 수준의 ‘실세’ 장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가장 신뢰하는 인물에게 키를 맡겨 검찰 개혁을 신속·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정 내정자는) 사법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와 정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관을 보좌할 차관에 ‘비특수통’ 검사를 발탁한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 신임 차관은 서울남부지검 1·2차장,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대검 검찰연구관, 법무부 법무심의관 등을 지냈다. 민생 범죄와 같은 형사 사건 수사를 주로한 ‘비(非)특수통’ 검사로 분류되나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역임했다.
장관은 비검찰, 차관은 비특수통 검사의 조합을 통해 과거와 같은 ‘특수부 중심의 검찰’에서 벗어난다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인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권을 오남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특수통 검사를 배제해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형사·공판 중심의 제도·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와 호흡을 맞춰 검찰·사법 개혁을 주도할 민정수석으로도 내부 사정에 밝은 검찰 출신을 발탁했다. 봉 수석은 대검 정책기획과장과 공안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정책과 법무 기획을 두루 거쳤다. 검찰 개혁은 물론 사법 개혁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오광수 전 수석에 이어 다시 한번 검찰 출신을 중용한 셈으로 ‘검찰을 잘 아는 수석이 검찰을 개혁한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비법조인 출신인 조국 전 민정수석을 필두로 한 검찰 개혁이 실패로 돌아갔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도 진용이 거의 갖춰졌다. 민정비서관엔 차장검사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변호인단에 참여한 이태형 변호사가, 이번에 신설된 사법제도비서관에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검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수 법무부 차관, 봉욱 민정수석과 이태형 민정비서관, 이 분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 검찰개혁 의지를 확인하고 지명, 임명했을 것”이라며 “이 분들이 원팀이 되어 검찰개혁을 확실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 이분들을 믿고 강력하게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구체적인 개혁 추진 과정에서 검찰 내부의 반발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검찰 기능을 개편하면서도 내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검사들의 목소리가 어떤 형태로 표출될지, 이에 대해 법무·검찰 지휘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최근 법무부 장관의 징계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정 검사징계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레 나온다. 기존 법은 검사 징계를 검찰총장이 청구하고 법무부 산하 검사징계위원회가 심의하도록 규정했지만 개정법은 법무부 장관도 검사에 대한 직접 징계 심의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검사 지위 약화에 초점이 맞춰진 터라 내부 우려도 크다.
조만간 구체화할 검찰 개혁 로드맵이 법무부와 검찰, 민정수석실 간의 역학관계 속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