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맞춰 본 현역 전진배치…여당 목소리 실종 우려도

2025-07-01 13:00:37 게재

이 대통령, 정부·비서실에 여당 현역의원 집중 기용

국정동력 최대로 … “깊은 신뢰, 혼연일체로 뛸 것”

대통령 당 장악력 극대화 … 거수기 전락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첫 내각 구성에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 8명을 지명했다. 강훈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를 포함하면 12명에 달한다. 민주당과 선거캠프에서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의원들을 찍어 행정부와 참모진에 전진배치 했다. 국정운영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 대표 시절 최고수준이던 이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극대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쟁점 현안 추진에서 대통령실의 일방적 주도권 행사로 여당이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소감 밝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1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 후보자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를 포함해 정동영(통일) 안규백(국방) 정성호(법무) 윤호중(행안) 김성환(환경) 전재수(해양) 강선우(여가) 후보자 등 8명이다. 여기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과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를 포함하면 12명에 달한다. 1기 행정부 수장 40%를 현역 여당 의원으로 배치한다는 구상인데 국토교통·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가 남아 있어 현역 의원 장관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안에선 내각에 현역의원 기용 문제를 놓고 전망이 엇갈렸다. 국정 안정을 위해 현역 의원 차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행정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치인보상는 기존 관료나 전문가 중심의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함께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첫 내각 절반 정도를 현역의원으로 채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현역의원 기용 폭을 대폭 확대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대통령실은 탄핵 대선으로 출범한 정부의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현역의원 지명에 대해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 특성상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다”면서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 지금까지 호흡해 왔던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당 대표 1, 2기에서 지도부로 활동했고, 김성환 후보자는 지난 총선 인재영입위에서 손발을 맞췄다. 안규백·윤호중 장관 후보자는 대선에서 특보단과 선대본을 이끌었고, 강선우 후보자는 대표시절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정성호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측근그룹의 좌장으로 당내에서 쓴소리를 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로 통한다. 당 대표 시절 호흡을 맞췄던 현역 의원을 전진배치해 국정과제 이행에 대한 속도를 높여 성과를 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의원은 30일 YTN 인터뷰에서 “문재인·이재명정부에서 초대 내각에 현역 의원을 입각시키는 비율이 높았다”면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가 빠른 정국 안정과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정철한 이해도가 높고 그립감(장악력)이 센 정치인 인선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 중에서도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지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과의 호흡이 중요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경험과 내부 장악력이 있는 중진 인사를 넣고, 검찰개혁 등 ‘성과’가 필요한 행정부에는 ‘대화형 인물’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박수현 의원은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정성호·윤호중 의원은 당 안에서도 대화를 중시하는 중진의원들”이라며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와 실질적인 성과를 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인사”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도 “검찰개혁 등의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장관에 대한 흔들기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정성호 의원 정도 돼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정국의 빠른 안정과 혼란 수습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입법부 종속’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만 앞세운 장관 인사”라며 “국정은 이재명 선거 캠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분리가 되겠느냐며 ‘의원 내각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이 대통령과 가까운 장관 등에 대해 견제력을 적시에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당 중진이면서 대통령과 가까운 장관을 상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거수기라는 표현은 과한 우려지만 실제 행정부 업무 추진 과정에 대한 비판이나 공세는 무뎌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고위직 인사에 관여했던 핵심관계자도 “우리가 임명한 장관인데 시간을 좀 더 지켜보자는 동정론이 작동하면서 장관 교체 등 대응 시점 등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