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민서 한국외대 Language&AI 융합학부
AI 기술로 감동과 재미를 설계하고 싶어요
민서씨가 처음 공학 계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교 무렵이었다.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현실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정교하게 분석하고 설계하는 공학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챗GPT로 공학과 AI의 접점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융합 지식을 바탕으로 몰입감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컴퓨터 게임 개발자를 꿈꾼다.
김민서 | 한국외대 Language&AI 융합학부(서울 금호고)
컴퓨터공학과 AI 접점 찾아 탐구 활동 매진
민서씨가 고1이었던 2022년 11월, 생성형 AI 챗GPT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질문을 입력하면 대답해주고 문장을 요약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AI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생성된 이미지의 완성도나 정확도가 매우 미흡했지만 AI가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앞으로 AI의 활용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AI를 구현하려면 컴퓨터공학의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컴퓨터 아키텍처, 운영 체제 등 기본 소양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AI와 컴퓨터공학에 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졌어요.”
2학년 때는 과학 동아리에서 공학 동아리 ‘메이커반’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진로 역량을 키웠다. 한 학기 동안 준비한 결과물을 축제 때 전시하기 위해 팀원과 함께 로봇 팔을 직접 만들고 코딩해 작동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배송받아 조립할 계획이었지만 배송 문제로 전시가 어려워졌어요. 결국 직접 3D 모델링으로 부품을 설계하고 출력해 가까스로 해결해냈어요. 챗GPT와 코딩도 적극 활용했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끝까지 완성해낸 경험은 큰 성취감을 줬고, AI와 컴퓨터공학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줬어요.”
민서씨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3학년 때 수학 동아리를 선택했다. 로봇 팔 프로젝트에 담긴 공학 원리를 수학으로 분석해 이론의 깊이를 더하는 데 주력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컴퓨터공학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사후 확률 계산인 ‘베이즈 정리’를 활용하는 예제를 가져와 파이썬으로 직접 구현했던 일이 인상 깊었다.
“희망 진로를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심화 발전시킬 수 있다면 동아리 활동은 진로 역량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민서씨가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2인 1조로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업 ‘오늘은 나도 선생님’이 있었다. 2학년 때는 ‘공학 사고 및 코딩 기초’를 주제로 직접 수업을 진행했다.
“함께한 친구가 코딩에 재능이 많았어요. 저는 상대적으로 코딩 실력이 부족해 친구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레고 블록을 활용해 3차원 형상을 만들고, 조립 지시서를 제작해 참여 학생이 직접 조립해보는 수업이었어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욱 철저히 공부했고 공학과 코딩에 대한 흥미도 훨씬 깊어졌죠.”
공학의 기초 되는 <미적분> <확률과 통계> 이수
수학을 잘해 2학년 때 또래 학습 프로그램에서 수학 멘토로 활동하며 여러 친구를 가르쳤던 민서씨였지만, 3학년 때 이수한 <미적분>은 내신 등급이다소 낮았다. 3학년 때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를 모두 이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고 공부량이 많은 <미적분>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관리했던 내신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민서씨는 아쉬움은 남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공학은 자연 현상을 수식으로 분석하고 설계에 적용하는 학문이에요.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는 대학 전공에 대한 이해와 성장을 위한 수학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에요. <미적분>은 물리량의 변화와 누적 등 기계공학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고, <확률과 통계>는 제어 시스템, 센서 데이터 해석, 품질 관리 등 실무에서 중요하게 활용돼요. 대부분의 공과대학에서는 두 과목 이수를 전제로 고급 수학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공 학습을 원활히 따라가고 역량을 쌓으려면 꼭 필요해요.”
한국외대 Language&AI 융합학부는 2024학년에 신설된 AI융합대학에 속한 학부로, 이공 계열 성격이 강하다. 면접형 종합전형의 서류 평가에서는 진로 역량의 반영 비율이 50%로 가장 높으며 중요 평가 항목으로 ‘전공 관련 교과 이수 노력’이 있다. 민서씨가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를 공부한 건 이유 있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수시 준비가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1학년 때는 전반적으로 높은 내신 등급을 확보했고 일찌감치 수시전형에 비중을 두었다. 한데 2학년 때 선택 과목이 늘면서 내신 성적이 뚝 떨어졌다. 과목 수강자 수가 줄면서, 석차 4등이 3등급으로 밀려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서씨는 마지막 내신까지 최선을 다했고 3년간의 학급 임원 활동, 진로에 대한 진심이 드러나는 탐구 활동을 바탕으로 수시 원서 5장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는 종합전형에 지원했다. 대신 지나친 상향 지원보다는 합격 가능성이 있는 대학 위주로 선택했다. 동국대 교과전형을 제외한 5개 대학에 면접형 종합전형으로 지원했기에 3학년 2학기 때는 면접 준비에 온 힘을 쏟았다.
“3년 동안 기록된 학생부를 다시 들여다봤어요. 면접은 학생부에 기록된 탐구 활동 중심이기에 탐구 활동의 과정과 핵심 이론, 결과와 느낀 점 등을 정리하며 예상 질문을 만들어 여러 차례 복기했죠.”
한국외대 면접에서는 3학년 진로 활동 중 머신러닝에서의 과적합 개념, 인공지능에 관한 생각의 변화, 3학년 수학 성적 하락의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모두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충분히 준비한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답변할 수 있었다.
민서씨의 꿈은 컴퓨터 게임 개발자다.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AI를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더욱 관심이 커졌다.
“고등학교 시절, 1인 1과제 탐구 활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데 무척 흥미로웠어요. 기술로 감동과 재미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앞으로 언어와 AI, 컴퓨터공학의 융합 역량을 키워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