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노믹스 키워드가 보인다…실용·성장·AI·로 경제대혁신
출신·성향 따지기보다 ‘일 잘할 사람’ 발탁에 촛점
‘과거정부 지우기’ 얽매이지 않고 ‘진짜성장’ 속도전
미래성장산업에 AI 내세우고 범정부 전폭지원 태세
이재명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경제라인 인선의 윤곽을 드러냈다. 한 달 간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정책 발언과 인사 내용을 압축하면 ‘실용’이란 평가가 압도적이다.
장차관급 인선에서도 ‘내 사람 챙기기’보다는 ‘과거정부 사람이라도 일 잘할 사람이라면 쓴다’는 원칙이 돋보였다. 역대정부가 정권교체 때마다 ‘과거정부 지우기·적폐청산’에 얽매여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던 상황과는 다른 기류다.
보수정권이나 주류 경제학자들이 강조해온 ‘성장담론’을 적극 수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대표공약도 ‘진짜 성장’이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에 장기간 시달려온 한국경제의 현주소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분배와 공정’을 강조하는 여권 일각과 시민사회를 어떻게 설득할 지가 관심이다.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는 AI(인공지능)산업 지원을 전면에 내걸었다.
◆경제라인 인사 뜯어보니 = 이 대통령이 경제라인 인사에서 교수 출신은 배제하고 관료와 기업인 출신을 중용했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와 대통령실 수석에도 기업인 출신을 대거 발탁했다. 경제현장을 잘 알고 성장정책 밑그림을 짜봤던 인사들로 채운 셈이다.
특히 현직 기업인과 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인사를 대폭 발탁한 점이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이재명정부의 기업인 중용은 ‘성장과 실용’을 향후 경제정책 핵심기조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I 전문가 전면 배치 = AI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강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공직 퇴임 이후 AI 전도사를 자처하며 저서 ‘AI 코리아’를 내기도 했다. 배경훈 후보자 역시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국내 대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을 주도했다.
대통령실에는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신설하고,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AI 1세대 그룹에 속한다. 하 수석은 네이버 AI 선행 기술을 총괄한 딥러닝 전문가로, 한국만의 독자적 AI 모델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이를 통해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AI를 중심으로 산업 대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이재명정부의 구상이 담긴 인선”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임기 2~3년차쯤 이뤄질 국민들의 중간평가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받고 국정운영 추진력을 다시 얻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업 대전환’이란 장기과제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임정부 장차관도 유임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정무직 인사를 유임시킨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유경 식약처장 등을 ‘깜짝 유임’시켰다. 이념보다는 능력을 우선하겠다는 실용주의 인사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무직 인사 가운데 검증과 평가를 거쳐 유임되는 인사가 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역 국회의원 8명을 내각에 기용한 점은 정치력과 협상력을 강조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내각 인선도 전례 없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취임 30일도 되기 전에 19개 부처 중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만큼 안팎으로 혹독한 시련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살릴 ‘진짜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도 3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논란이 됐던 ‘전국민지원금’을 관철시켰다. 정책과 인사의 형식은 ‘실용과 능력위주’로 하되, ‘친서민과 공정분배’란 기초를 잊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AI정책, 성과 낼 수 있을까 =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구윤철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대혁신과 AI등 신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진짜 성장과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청사진은 조만간 공개될 ‘경제정책방향’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기재부 안팎에선 AI에 초점을 맞춘 산업구조 혁신과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성장’뿐만 아니라 ‘단기성장’을 위한 정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과 미국발 통상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올해 성장률 전망이 0%대로 추락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초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추가경정예산 집행에도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총 3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방재정 지원 등이 핵심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