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점포 기부금으로 주거취약계층 집수리
서대문구 ‘나눔 1%의 기적’ 133곳 동참
후원자도 봉사활동, 기부금 쓰임새 살펴
“아이고 좋은 날 왜 눈물을 보이세요.” “너무 좋아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서 모(78)씨 집. 기쁜 표정으로 도배와 장판 시공 현장을 지켜보던 서씨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직전까지 거실과 안방 도배 작업에 참여했던 이성헌 구청장이 달랬지만 서씨는 “도배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엄두가 안났다”며 “할 말이 많은데 다 못하겠다”고 눈물 지었다. 이 구청장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제 인연이 됐으니 자주 뵙겠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라”고 거듭 말했다.

2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나눔 1%의 기적’ 모금재원을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동네 점포들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내놓은 기부금을 다양한 복지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주거 취약계층 집수리를 비롯해 노년층 식생활 개선, 돌봄청년 반찬배달, 위기가구 긴급지원 등이다.
‘나눔 1%의 기적’은 민선 8기 들어 시작한 서대문형 나눔문화사업이다. 지역 소상공인과 병·의원 기업 등이 수익 1%를 기부한다. 지난 2023년 10월 1호점을 시작으로 이듬해 11월 100호점까지 협약을 맺었다. 최근 남·북가좌 권역 음식점 지물포 등이 동참하면서 133곳까지 늘었다. 구 관계자는 “당초 최규득 상공회장을 비롯한 주민 3명이 동네 사업으로 제안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 구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지속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이웃을 생각해 계속 후원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제3동 서씨는 주거 취약계층 집수리 사업 1호 수혜자다. 1인가구 기초수급자인 그는 이웃과 교류가 활발한데 벽지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슬어 친구들이 방문을 꺼리고 고립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성헌 구청장과 통·반장은 물론 후원자 4명까지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지난달 말 하루 날을 잡아 가구를 옮기고 벽지와 장판을 교체했다. 이 구청장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난해에도 해봐서 어렵진 않다”며 능숙하게 새 벽지를 붙였다. 장마에 대비해 천장 상태를 살피고 누수 여부 점검도 했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홍제3동 주민들이 미리 준비한 화장지와 이불을 선물했다. 봉사자들은 서씨와 인사를 나누며 “도배하다 보니 콘센트가 낡았더라”며 “내일 사람을 보내 다 바꿔주겠다”고 약속했다.
1% 기적을 활용한 나눔은 후원자도 반긴다. 95번째 나눔가게 ‘루비의 정원’ 이윤혜 대표도 이날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그는 “기부하면서도 쓰임새를 몰라 궁금하고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니 뿌듯하고 안심이 된다”며 “어르신 댁도 가까우니 가끔 차 한잔 가져다드리면서 안부도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수익이 없을 때도 기부금은 낸다”며 “청년 사업자들이 나눔 1%에 많이 동참해 이런 뿌듯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는 올해 집수리를 5호까지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나눔에 동참하도록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구 누리집 내 ‘명예의 전당’에 나눔 1%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구 소식지 ‘서대문마당’에 지속적으로 나눔가게 소개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홍보단은 물론 직원들까지 방문 인증과 입소문 내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성헌 서대문 구청장은 “나눔 1% 가게 기부금을 이웃들에 나눠 어르신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며 “함께 행복을 나누는 ‘나눔 1%의 기적’ 분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