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교환사채 논란, 결국 법정으로

2025-07-02 13:00:13 게재

2대 주주 발행중지 가처분, 소액주주는 형사고발 … 주주가치 훼손 논란 확산

태광산업이 발행하기로 한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둘러싼 논란이 법정으로 갔다. EB 발행으로 주주의 이익이 침해된다며 2대 주주가 이를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태광산업 소액주주들도 EB 발행을 의결한 이사들을 형사고발했다.

2일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EB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트러스톤은 “이번 결정은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과 주주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라면서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만큼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해당 결정을 한 이사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톤은 상법 제 402조에 따라 이사가 법령 위반 행위를 통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분 1% 이상 보유 주주는 해당 이사의 행위 중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트러스톤은 EB 발행을 의결한 태광산업 이사회 의결이 상법 시행령 제22조를 위반했다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주 외 대상에게 교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

금융감독원도 1일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태광산업이 지난달 27일 제출한 신고서에 발행 상대방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태광산업은 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3200억원어치 EB를 발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태광산업 EB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헐값 매각 의혹에 따른 법적 분쟁이 예고됐다. 트러스톤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자사주를 주당 순자산가치의 1/4에 불과한 가격에 처분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EB 발행이 강행될 경우 관련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 대표소송 및 형사고발 등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태광산업의 소액주주 연대도 EB 발행 및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 의결한 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발했다. 이들은 “회사는 보유한 자사주 24.41%를 현저히 저평가된 교환가격으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명백히 회사의 재산상 이익을 해치는 결정이며 해당 자사주의 실제 가치와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이를 무시한 채 회사에 손해를 입힌 고의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을 앞두고 추진하는 EB 발행을 꼼수로 바라보는 시선도 태광산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전량 소각 의무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EB를 발행해 우호 세력에게 넘겨 경영권 방어와 자금 조달용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또한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는 교환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만큼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매각으로 유통 주식 수가 늘면 주가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110만3000원이었던 태광산업 주가는 EB 발행 소식이 알려진 30일 증시에서 11.24% 급락한 97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이어 금감원의 EB 발행 정정 명령 소식이 알려진 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7.76% 오른 105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태광산업 이사회의 발행 재의결 소식이 알려진 2일에는 10시 50분 현재 전일 대비 4.74% 하락한 100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소액투자자 상당수가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태광산업은 1일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같은 신사업에 투자해 부진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등을 대신할 활로를 찾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사업 구조 재편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절박한 투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에서는 투자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주주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이재명정부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한 기업’으로 찍히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태광산업 관계자는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거쳐 결정한 적법한 발행”이라며 “확보한 자금은 대주주가 아니라 기업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투자 계획을 모두 공개하지 못해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며 “미래를 위해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교환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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