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진보=집값상승’ 징크스 이번엔 깰까

2025-07-03 13:00:02 게재

새 정부 출범 후 예상보다 강한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출규제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공급대책 등 더 강력한 대책을 연이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과잉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분산시키려는 기조인 만큼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경제 전반이 바닥을 기고 있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가 나왔다고 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서울은 새로 주택을 지을 땅이 부족하고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은행, 지금 오름세 1년 유지되면 강남 3구 30% 상승 예측

정부는 대출 급증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자 예정을 앞당겨 칼을 빼들었다. 집값과 소득수준을 가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또한 두채 이상 집을 가진 사람은 아예 주담대를 받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한편 주담대를 받을 경우 6개월 내에 실거주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를 차단하고 과도한 대출을 막은 것이 핵심이다.

이런 고강도 대출규제가 서둘러 나온 것은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다는 이른바 ‘패닉바잉(공포매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조기 대응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투기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추가경정예산이 조만간 풀릴 예정이고 기준금리 인하기조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국은행은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1년간 유지될 경우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0%, 강남 3구는 3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인 급등세로 돌아선 것은 서울시가 2월 서울 강남의 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비롯됐다. 재산권 침해 등 반시장적 규제라는 점과 경기부양이 해제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이 서울 집값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규제완화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택시장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서울 집값은 작년부터 본격적인 오름세로 돌아설 조짐이 역력했다. 윤석열정부는 잇단 선심성 부동산 규제완화시책으로 수도권 집값이 꿈틀대자 지난해 그린벨트 해제 등을 골자로 하는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8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이 약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는 등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서울 일부 단지 아파트값이 평당 2억원을 넘어서는 등 이상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규제완화를 단행했다. 그러자 정치인인 오세훈 시장이 6.3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이 선호할 만한 정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어쨌든 이로 인해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주변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자 서울시는 불과 한달 여만에 부랴부랴 토허제를 다시 확대 지정했다. 오 시장이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사과까지 하고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방과는 달리 주택보급률이 낮은 서울은 원천적으로 집값이 항상 불안한 상태다. 상승 여건이 조성되면 곧장 오름세로 반전된다. 조만간 대규모 추경예산이 풀릴 예정이나 주택공급 절벽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징크스까지 거론되고 있어 상승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정책은 결코 경기조절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지지 기반의 표를 얻기 위해 이용되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그러나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정치권과 정부는 주택경기 부양을 검토한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 서민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경제가 잘 돌아가고 세금까지 많이 걷히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과 활발한 주택거래, 적절한 조세 등 세심한 정책 필요한 때

정부는 주택공급 없이는 서울의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려운 만큼 신규 공급과 함께 규제완화를 통해 기존 주택이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나올 만한 대책은 이미 거의 다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목표 현실화와 실행 계획의 구체화가 긴요하고 주택 관련 세금도 규모보다는 가격 위주로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대출규제 강화가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거나 서민과 현금 부자간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불씨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병행돼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