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도 이재명정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2025-07-04 13:00:02 게재

해외투자은행, 1년4개월 만에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상향

평균 0.8→0.9% … 추경 등 재정확장·미중 갈등 완화 등 반영

상법통과 코스피 급등 “고질적 병폐, 기업 거버넌스 개선 계기

재정건전성 확보·포퓰리즘 경계·대외리스크 대응 등 주요과제

이재명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이 호의적이다. 연일 상승세의 코스피 지수가 국내시장 반응을 웅변하고 있다. 특히 상법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코스피는 3년9개월 만에 3110선을 돌파했다. 국내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쳐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의 시각도 꽤 호의적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은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년4개월 만에 상향 조정했다.

다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과 재정건전성 문제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또 야당을 중심으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 등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보도 나오는 딜링룸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에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21p(1.34%) 오른 3,116.27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0.7원 오른 1,359.4원, 코스닥지수는 11.16p(1.43%) 오른 793.33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짠돌이’ 해외IB의 상향조정 =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월 말 평균 0.8%에서 6월 말 0.9%로 0.1%포인트(p) 높아졌다.

바클리가 1.0%에서 1.1%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0.8%에서 1.0%로 상향조정했다. UBS도 1.0%에서 1.2%로 전망치를 조정하면서 평균치도 상승했다. 골드만삭스(1.1%) 노무라(1.0%) HSBC(0.7%) 씨티(0.6%) JP모건(0.5%)은 그대로 유지했다.

IB들의 올해(2025년) 성장률 전망 평균치가 상향 조정된 것은 지난해 2월(2.1→2.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그동안은 줄곧 하향 조정되거나 변동이 없었다.

IB들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안정성과 적극적인 확장 재정 기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완화에 따른 수출 개선 기대 등을 반영해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특히 1·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고려했다. 이재명정부 확장재정정책에 해외시장은 일단 긍정 반응한 셈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외신 인터뷰에서 “추경 패키지가 올해 성장률을 약 0.2%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IB들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예상보다 늦출 수 있는 점을 변수로 언급했다. 한은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계대출이 8~9월 중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외IB들은 성장률 전망 기관 가운데 ‘짠돌이’로 유명하다. 그만큼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전망해왔다. 통상 전례를 보면 정부(기획재정부)가 가장 후하게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해왔다. 이어서 △KDI(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한국은행 △IMF 등 해외기관 △국내 민간기관 △해외IB의 순이었다.

◆상법개정안에 시장 기대감 커져 = 전날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선 점도 시장 반응을 호의적으로 견인했다. 국내외 시장이 상법 개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기업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전환점이란 판단에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주주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도 포함됐다. 현재는 사내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때만 ‘3% 룰’을 적용했는데 이를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상장기업들이 독립적인 이사회를 갖추고 국내 증시의 고질적 병폐였던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전날 코스피는 41.21p(1.34%) 뛴 3116.27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치는 지난 2021년 6월 25일에 기록한 3316.08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여야 합의로 쟁점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신호탄’으로 풀이하는 기류다. 이 때문에 상법 개정이 향후 외국인 투자 흐름과 국내 자본시장 평가에 실질적 영향을 줄 핵심 전환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내년 MSCI 선진지수 워치리스트 등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다. FTSE지수와 함께 전 세계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국제 벤치마크로 평가받는다.

◆“포퓰리즘 경계해야” 지적도 =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6월 경제불확실성지수(EPU)는 249.92로 전월(273.44) 대비 8.6%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내란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사상 최고치(480.81)를 찍은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EPU는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계량화한 지표다. 정치적 불안이나 정책 혼선, 대외 리스크가 고조되면 수치가 상승한다.

이 대통령 취임으로 혼란했던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국가 수장 부재’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효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념보다 ‘실용’을 내세운 경제정책과 인선 등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취임 한달간 보여준 정책 추진력 역시 시장의 기대심리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민생 회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재정·물가·부동산 등에 대한 전방위적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미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도 발빠르게 내놨다. ‘투기 수요 차단’과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기조에 방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나 대외 리스크, 재정 건전성 문제를 둘러싼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더구나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경기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관세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실물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시장은 대규모 지출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국가채무 관리 방안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향후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재정건전성 확보가 JM노믹스(이재명 경제정책)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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