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윤 정부 인사 거짓말

2025-07-04 13:00:02 게재

계엄 반대했다던 한덕수, 사후 선포문 서명

이상민, 계엄 문건 챙기는 모습 CCTV 담겨

의구심 커지는 ‘안가 회동’ … 특검 규명 주력

‘12.3 내란’사태에 대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정부 고위인사들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엄에 가담한 군·경 수뇌부에 이어 전 정부 고위공직자들로 처벌대상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5일 윤 전 대통령 2차 소환조사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당시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CCTV 영상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윤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난 뒤 문건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고,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던 한 전 총리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정황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증인으로 나와 “(계엄 당시) 특별한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도저히 정식 국무회의로 보기 어렵다”며 “전부 다 반대하고 걱정하고 대통령께 그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또 비상계엄 당시 선포문을 받은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양복 뒷주머니에서 발견했다고도 했다.

자신은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한 전 총리는 그러나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새로 만든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서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계엄 선포문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서명이 빠져 있었고, 강 전 실장이 법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 선포문을 작성했는데 이 문건에는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 2일 한 전 총리를 불러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당시 상황과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등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계엄 선포문은 한 전 총리가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해 폐기됐다고 한다. 하지만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동조했다는 점에서 한 전 총리도 내란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상계엄 당시 CCTV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문건을 챙기는 모습도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무위원들이 둘러앉아 있던 테이블 위에 문서가 올려져있었고 이 전 장관이 그 내용을 확인하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시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좀 멀리서 봤고,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소방청에 연락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비상계엄 관련 문건이나 지시를 받고 이행한 적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CCTV 영상에 이와 다른 장면이 포착된 만큼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확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소방청에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를 요청했다면 내란 가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이 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한 것을 두고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연말 저녁식사였다”고 해명했지만 회동 다음날 김 전 수석이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계엄 실패 후 사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짙어졌다. 실제 김 전 수석은 강 전 실장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강 전 실장은 계엄 선포문을 새로 작성해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

특검은 3일 김 전 수석을 불러 12시간 가량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과 함께 사후 선포문이 작성됐다 폐기된 경위, 대통령 안가 회동 의혹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들 외에도 비상계엄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전원을 소환해 내란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조사 대상자가 확인된 분 이외에도 다수가 있을 수 있다”며 “수사상 조사 여부를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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