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윤석열 구속영장’ 승부수

2025-07-07 13:00:30 게재

체포 저지 지시하며 “총 보여줘라” … 구체적 혐의 적시

‘도주·증거인멸 우려’ 강조 … 윤측 “무리한 청구” 혐의 부인

신병확보되면 외환 의혹 수사 속도 … 기각시 수사 차질 불가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18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특검 수사의 향배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 초기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전날 오후 5시 20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5일 밤 2차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지 17시간여 만이다.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폐기 등 혐의 추가 =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달 24일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때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만 적시했으나 다수의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선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관련자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경호처에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특정 국무위원만 소집해 통보를 받지 못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심의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최초 계엄선포문의 법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허위의 계엄선포문을 추가로 작성했다가 폐기한 혐의도 추가됐다.

6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윤 전 대통령의 여러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청구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올해 1월 11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과 오찬을 하면서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와 관련해선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수사 받고 있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를 그렇게 나둬도 되느냐”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다그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청구서에 계엄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12월 3일 오후 8시경 한덕수 전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만 대통령실로 불러 자신의 계획을 알리고 일부 국무위원들만 추가로 소집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듯한 외관을 갖추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시했다. 의도적으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다른 위원들의 심의·의결권 행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장관의 서명이 담긴 사후 선포문을 건네받아 최종 서명하고 보관토록 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서명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는 강 전 실장의 보고를 받고 윤 전 대통령이 폐기를 승인했다는 게 특검의 조사 결과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리인단은 “특검의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바도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임을 소명하겠다”고 했다.

◆이르면 9일 재구속 여부 결론 =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과 함께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의 필요성을 적시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법률 전문가이자 자칭 ‘법치주의자’임에도 누구보다 법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자신이 받아야 할 수사 및 재판, 이에 따른 법 집행 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또 계엄선포문을 사후에 허위 작성하고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외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조사할 분량도 많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되면 외환 혐의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계엄 명분을 마련하려고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을 조사하는 등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외환 의혹에 대해 상당부분 수사를 진행한 상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 속도를 높이려던 특검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9일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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