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기 속 ‘한은 직원은 저리 대출’ 논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공개 자료서 확인
금리 3.4%, 112명에 45억여원 부동산 대출
한국은행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1인당 수천만 원씩 자체 부동산 대출을 내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으로 시중 자금이 몰려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된다고 토로하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모순적인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이 최근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해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직원 112명에게 총 45억8000만원의 주택자금대출을 지원했다. 1인당 대출금은 약 3800만원이며 금리는 연 3.4% 수준이었다.
한은은 그동안 근속 1년 이상의 무주택 직원이 신청하면 5000만원 한도로 주택자금대출을 제공했다.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은 최장 20년 원리금 분할 상환을, 전월세 자금 대출은 계약 기간 만료 후 상환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출이 다른 유관 기관에는 없는 파격적인 복지 혜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경우 직원 주택자금대출 제도를 지난 2020년 폐지했다. 지방 근무자 숙소 지원과 생활안정자금 대출만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생활안정자금 대출 잔액은 작년 말 기준 0원이었다.
시중은행에도 한은과 같은 제도는 없다. 법령상 은행원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재직 중인 은행 대신 다른 은행을 찾아야 한다. 일반 손님들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한은 자체 주택자금대출은 금리도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 4.2%로 한은 자체 대출보다 0.8%p 높았다.
더구나 한은 내부에서 받은 대출은 신용평가회사와 공유되지 않아 시중은행이 산출하는 신용평가액 통계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가능 금액이 1억원이라면 한은 직원들은 사내 복지 덕분에 최대 1억50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한은 자체 대출이 은행 전산에 잡힌다면 그만큼 한도가 줄어야 한다.
최근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거시건전성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수도권 부동산으로만 돈이 몰리는 현상을 타파하자며 구조개혁을 주장했다. 자체 주택자금대출은 이런 기조와 큰 틀에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가계대출 변수 때문에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한은 관계자는 “직원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로 무주택 실거주 조건을 요구해 갭투자용 대출을 차단한다”며 “은행연합회 공시 은행 주담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