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도 공범’ 적시한 내란특검

2025-07-08 13:00:05 게재

윤석열 구속청구서에 ‘허위 공문서 공모’

윤 신병 확보 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체포방해’ 경호처 간부들도 처벌 불가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청구서에는 대통령경호처 간부들도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공모한 것으로 기재돼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특검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윤 전 대통령)는 강의구(전 대통령 부속실장), 한덕수,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2024년 12월 3일자 비상계엄 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대통령실 부속실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행사했다”고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와 강 전 실장, 김 전 장관을 윤 전 대통령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공범으로 본 것이다.

영장 청구서를 보면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5일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에 해야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새 계엄 선포문을 작성해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지난해 12월 3일 계엄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에게 배포된 계엄 선포문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서명이 없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사전에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의 부서를 받는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처럼 꾸미려 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비상계엄 관련 문서에 부서한 사실이 없음에도 강 전 실장의 요구에 따라 새 계엄 선포문에는 부서를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만들어진 사후 계엄 선포문에 최종 서명을 하고 탄핵 절차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강 전 실장에게 이를 사무실에 보관하도록 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8일 김 전 장관이 긴급 체포되는 등 계엄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문건 폐기를 요청해 결국 이 문서는 폐기됐다. 특검은 문서 폐기 행위 역시 위법하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 강 전 실장과 공모해 대통령기록물을 손상했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수사기관 조사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등에서 줄곧 계엄을 반대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난 뒤 문건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찍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12.3 내란 가담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꾸미기 위한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를 상대로 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한 전 총리 외에도 다수의 국무위원이 등장한다.

청구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한 전 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계엄 계획을 알렸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듯한 외관을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소집했다. 소집을 통보한 국무위원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다. 이중 최 전 부총리와 송 장관, 조 장관, 오 장관 등이 도착해 국무회의 정족수 11명이 채워지자 윤 전 대통령은 심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했다.

특검팀은 소집을 통보받았으나 미처 도착하지 못한 박상우, 안덕근 장관과 아예 출석 연락을 받지 못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등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심의할 권리 행사를 방해받은 피해자로 봤다.

반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린 국무위원과 국무회의 참석 위원들의 역할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와 관련한 공범으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김신 전 가족부장 등도 적시됐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경호처 간부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고 봤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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