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추경카드…‘저성장 경제체질 개선’ 더 큰 과제 직면

2025-07-09 13:00:02 게재

이재명정부 1기 경제팀 과제 첩첩산중 ② 저성장·내수부진

30조 추경, 내수 일시회복·0%대 성장률 극복엔 효과 있겠지만

저성장 경제체질 바꾸기에는 역부족 … “구조 개혁 서둘러야”

이재명정부 ‘AI 3대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5강’ 목표제시

최근 우리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모양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예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내려잡았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1%대 성장률을 넘어서기 어렵게 됐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압력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경기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뒤 발표한 첫 정책이 3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이었다. 그만큼 우리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단 점을 고려한 정책결정으로 읽힌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1시부터 무역 상대국들에 소위 ‘상호관세’의 세율이 적힌 서한을 순차적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사면초가 한국경제 =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여건도 악화하며 경기가 전월과 비슷한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 5월부터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뒤 같은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1차 추경이 본격 집행되고 있지만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특히 KDI는 “건설업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제조업도 조정되며 생산 증가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큰 폭으로 인상된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 수출이 부진했고 전체 제조업 생산의 증가 폭도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3.0% 줄었다. 자동차(-2.0%)는 2개월 연속 줄었고, 전방산업인 자동차·건설업 부진 여파로 금속가공(-6.9%)도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재해 극복 등에 방점이 찍힌 1차 추경과 달리 2차 추경안에는 경기부양책이 포함되면서 일부 내수 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KDI는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며 내수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소비는 여전히 미약하지만 소비 심리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라는 취지다. 실제 6월 소비자심리지수(108.7)는 전월(101.8)에 이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차례에 걸친 추경에도 소비심리만 조금 나아졌을 뿐 실제 수출 등 경기부양 효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인 셈이다.

◆잠재성장률 1%대로 추락 = 여기에 OECD는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2.0%에서 6개월 만에 0.1%p 떨어뜨린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대로 내려앉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1년 3.8%에서 시작해 계속 쪼그라들었고 올해 들어 0.3%p나 급락하는 중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노동,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되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결국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되면서 정책 여력도 좁아졌음을 말한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보면, 미국(2.1%)·캐나다(1.7%)·이탈리아(1.3%)·영국(1.2%)·프랑스(1.0%)·독일(0.5%)·일본(0.2%) 순이다. 한국은 2021년 처음으로 미국에 추월당한 이후 지금까지 5년 연속 미국을 따라잡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실질 GDP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2025년 한국의 GDP갭률이 -1.1%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23년 -0.4%, 2024년 -0.3%에 이어 3년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GDP갭률이 음수라는 것은 생산 설비와 노동력, 자본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가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잠재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부 프리미엄 그나마 위안 = 다만 내란사태 6개월 만에 정치·경제 불확실성을 걷고 새정부를 출범한 사실이 세계시장에 한국경제의 저력을 입증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친시장·실용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 평가받는 요인이다.

실제 보수적으로 성장률을 전망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이례적으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월 말 평균 0.8%에서 6월 말 0.9%로 0.1%p 높아졌다. 기관별로 보면 △바클리스 1.0%→1.1%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0.8%→1.0% △UBS 1.0%→1.2% 등으로 올랐다. 국제금융센터 집계에서 올해 성장률 평균 전망치가 높아진 것은 작년 2월 이후 1년4개월 만의 일이다.

글로벌IB들이 JM노믹스(이재명정부 경제정책)의 확장재정과 경제정책에 일단 합격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2조~35조원 규모 추경이 추가로 편성되면 올해 성장률이 0.22~0.31%p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차 추경이 30조원 규모로 편성되면 성장률이 0.4~0.5%p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경제 선행지수로 평가받는 주식도 호조세를 보이며 경제 성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13.94% 올라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1월2일 이후)로 봐도 글로벌 주가 상승률은 2위에 달한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폴란드 WIG20지수(29.55%)가 가장 높고, 코스피가 28.98%로 뒤를 이었다.

◆중장기 경제구조개혁이 답 = 하지만 우리 경제가 침체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르단 지적도 나온다. 대미 관세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았고 추경의 내수진작 효과는 일회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물가를 자극하고 재정건전성 훼손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은 재정확대나 통화정책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창용 한은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한 경기부양책만으론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민간 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정부도 ‘경제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정부 5년의 청사진으로 ‘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5강’을 의미하는 ‘3·3·5 비전’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문화, 방위산업 등 이른바 ‘ABCD 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또 에너지 전환과 전통 제조업의 구조개혁을 통해 체감 가능한 지속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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