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상권도 민생소비쿠폰 ‘기대’
코로나 당시 재난지원금 효과 경험
“사용기한 줄여 효과 높여야” 의견도
불황에 신음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민생소비쿠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9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 골목상권들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정부의 민생소비쿠폰 발행 시작 날짜가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은평구 최대 전통시장인 연서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오랜만에 시장에 활기가 돈다”며 “손님들을 가게로 끌어 모으기 위해 상인회 차원에서 이벤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민생소비쿠폰에 기대를 거는 것은 코로나19 당시 전국민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됐던 기억 때문이다. 노원구 경춘선 공릉숲길 상인회 최정민 회장은 “저처럼 코로나 때 창업해서 5년 이상된 사람은 재난지원금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에도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매출이 올랐다고 체감하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유리한 방식 = 소상공인들이 민생쿠폰에 기대를 거는 또다른 이유는 지역화폐 방식이 오프라인 점포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소비 창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민생쿠폰은 신용카드 포인트, 선불카드, 지역상품권 세가지 방법 중 하나를 고르도록 되어 있다. 소상공인들은 불황이라는 요인 말고도 급증한 온라인 쇼핑몰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지역과 사용기간, 사용처에 제한을 둔 민생쿠폰은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소비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내수 진작,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정책 취지를 보다 높이려면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많은 제안은 쿠폰 사용 기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연말인 11월 30일 까지로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단기간으로 좁혀 추석 이전에 소진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서울 골목상권 더 어려워 = 상권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 소상공인들은 지방 못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스타트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소규모 일반상가 공실률은 5.27%, 집합상가 공실률은 9.14%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용산역 청량리역 영등포역 등 핵심 역세권 상권은 더 심각하다. 각각 37.5% 23.95% 21.77%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전국 평균의 2~4배에 달한다. 대학가 상권 폐업률은 1년사이 약 35%가 급증했다. ‘핫플’과 ‘비핫풀’간 상권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민생쿠폰 발행에 대한 기대는 이같은 서울 상권 어려움을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김철성 한국스타트업진흥원 대표는 “스타벅스 등 대형 유통과 구분된 사용처, 전통시장 편의점 동네식당이 중심이 된 사용처 설계 등이 골목상권 기대를 높이고 있다”면서 “월세와 인건비가 높은 서울 상권 특성상 쿠폰 때문에 발생하는 매출이 임대료의 ‘범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격차는 숙제 =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숙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과 비교해 28.6%p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고령층과 디지털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가맹점주 또는 소비자들이 쿠폰 발행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미처 가맹점에 등록하지 않은 점포나 쿠폰 신청을 더디게 한 사용자 등으로 인해 ‘시행 첫달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여러 개선점에도 불구하고 쿠폰 발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숨통을 터줄 것이란 기대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 한 자치구 소상공인지원팀장은 “현재 대부분 자치구 소상공인 담당부서에서 가장 많은 업무는 폐업 상담”이라며 “손님 한명, 예약 한테이블이 다급한 소상공인들 현실을 감안하면 민생쿠폰 찬반 등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