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기업인 열전 ⑧ 김경수 태일씨앤티 대표

12년만에 매출 170배 성장…기술력·성과공유가 비결

2025-07-09 13:00:03 게재

고난도 시공기술력 확보, 삼성 반도체공장 1~5기 수행

현장 이익 50% 직원 성과급 … 12년간 중대재해 없어

사내복지재단, 주식 35% 보유 … 스타트업 투자 적극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기업인들의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국내 굴지의 산업·주거·상업시설 건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1~5기), 엔씨소프트 글로벌 RDI센터, 판교 알파돔, 수원 광교 이마트, CJ 논산 쿡킷공장 등이다.

지난해 한 건설현장 소장은 성과급으로 약 7000만원을 받았다. 공사현장 수익의 50%를 노력한 임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성과보상시스템 덕이다. 회사 주식의 35%를 보유한 사내복지재단에서 다양한 근로복지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혁신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혁신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대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 태일씨앤티의 발자취다.

◆매출 5억원에서 700억원대로 = “기술력과 공정한 성과분배에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 태일씨앤티 대표가 강조한 회사성장 비결이다.

태일씨앤티는 2013년 창립 이래 고난도 철근콘크리트 시공을 전문으로 해왔다. 당시 매출 5억원에 불과했다. 회사는 2023년 845억원으로 최고를 찍었다. 건설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700억원대로 줄었다. 12년만에 매출이 140배 커진 셈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기술력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고품질과 정밀시공이 요구되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캠퍼스 1기부터 5기까지 프로젝트를 연속 수행한 이유다. 최근엔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 공사도 수주했다. 특히 고난도 시공기술인 톱다운(Top-down)공법은 태일씨앤티의 경쟁력이다. 톱다운공법은 지하 구조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구축하는 방식이다. 지상과 지하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공기단축과 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좁은 부지에서 깊은 굴착이 필요한 도심지에 적합한 기술이다. 여기에 공기단축과 원가절감을 위해 ‘프리패브공법’(부품 사전 제작+현장 조립방식)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건설의 4필(必)’로 불리는 ‘원가-공기-품질-안전’을 확보해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GS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 건설사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수 태일씨앤티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회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제공

◆성과에 걸맞은 보상에 진심 = 태일씨앤티는 성과배분에 진심이다. 김 대표는 “회사가 조금 늦게 성장하더라도 열심히 일한 구성원에 정확한 보상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성과에 걸맞은 보상’은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이를 위해 앞선 성과보상시스템을 갖췄다. 단위 사업(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이익의 50%를 우선 수행한 팀에게 지급한다. 30%는 전 직원과 나누고, 나머지 20%를 사내 유보금으로 적립한다. 지난해 한 건설현장 소장이 성과급으로 약 7000만원을 수령한 이유다.

김 대표는 “직원은 생상성 향상으로 보답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실제 2013년 설립 당시 5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24년 700억원대로 140배 이상 성장했다.

태일씨앤티는 사내복지재단을 통해 장기근속자, 각종 경조사, 사내 모임 등에 다양한 지원을 한다. 사내에서 만나 결혼한 두 커플에게는 3000만원씩의 결혼장려금을 줬다. 특이하게 재단은 회사주식의 35%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이자 창업주인 김 대표에 이어 2대 주주다. 지속가능한 근로복지를 위해 재단을 설계했다.

김 대표는 “회사는 직원이 전부”라며 “복지는 한도 끝도 없는 것이지만 직원과 함께 잘 살기위해 회사규모를 키우면서 계속하려 한다”며 웃었다.

성과공유는 김 대표의 월급쟁이 시절 겪은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그는 설계사무실에 취업하면서 건축 일에 몸담았다. 1993년부터 20년간 전문건설업 회사에서 일하며 전무까지 올라갔다. 2013년 무명의 전문건설회사를 인수해 사명을 태일씨앤티로 바꾸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51세에 창업한 것이다.

“임원을 하면서 회사에 많은 기여했는데도 성과보상이 너무 적었다. 고민하다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김 대표가 중소기업에서 보기 힘든 성과보상체계를 만든 배경이다.

◆투자는 상생 =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투자는 ‘혁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다.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하는 법인 ‘세르파벤처스’을 설립했다. 현재 10개의 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조합에는 임직원과 협력사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주요 투자 스타트업은 △로제타텍(무선화재감시시스템을 통한 재난방지 인공지능플랫폼) △팀워크(모바일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협업플랫폼) △크로스빔(건설현장 문서 및 서류업무 생산성향상플랫폼) △오늘의작업장(건설현장 작업지시 및 보고 등 공정모니터링플랫폼) 등이다. 이중 로제타텍은 태일씨앤티가 첫 투자를 한 곳이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화재예보기술을 앞세워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투자는 상생이다. 투자소득보다 함께 성장하는 게 목표다. 그는 “투자소득은 함께 성장한 결과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책임도 실천하고 있다. 국내외에 다양한 기부활동과 지원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대표는 창립 10주년인 2022년 ‘중소기업 경영혁신대전’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기술력과 사람중심 경영으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직원 자녀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김경수 대표가 이끄는 태일씨앤티의 발걸음이 경제위기 속 중소벤처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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