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서율 덕성여대 AI신약학과
AI로 신약 만들어 알츠하이머 치료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서율씨는 ‘신약’이라는 키워드를 놓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울 때 백신 연구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다양한 활동으로 뇌과학과 약물 개발 탐구를 이어갔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주목해 뇌과학으로 시야를 넓혔고, 약물 개발에 따르는 윤리 쟁점까지 확장했다. 수업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온 서율씨를 만났다.
김서율 | 덕성여대 AI신약학과(서울 한영고)
가족을 향한 애정에서 시작된 신약 개발의 꿈
서율씨는 어린 시절 잠시 할머니 손에 자란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사라질지도 모를 할머니의 기억을 지켜주고 싶다는 바람은 자연스럽게 신약 개발이라는 진로로 연결됐다.
“중학교 때 코로나19를 겪으며 백신의 절실함을 느꼈고, 그때부터 약을 만드는 일, 신약 개발이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로가 뚜렷해지자 고등학교 선택에도 기준이 생겼다. 서율씨가 선택한 한영고는 과목 선택의 폭이 넓고 진로 활동이 활발한 학교였다. 수시전형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도 인상적이었다. 학생부와 면접 준비는 담임 교사뿐 아니라 과목 교사도 함께 도왔고, 내신 경쟁이 치열했지만 진로 중심의 학습 환경은 큰 도움이 됐다.
“고1 자율 활동 시간에 ‘알츠하이머 파헤치기’라는 주제로 카드뉴스를 제작하면서 심화 탐구를 했어요. 뇌에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과 같은 물질이 기억 소실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뇌과학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고1 <통합사회> 수업에서는 약물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윤리 판단과 제도를 배우며, 과학과 사회가 맞닿는 지점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고요.”
서율씨는 과학 개념이나 약물 작용을 탐구할 때는 학교 도서관의 전문 서적을 활용했고, 가치 판단이 개입된 주제는 다양한 기사를 읽으며 비교·분석했다.
“언론사마다 주목하는 가치나 논조가 조금씩 달라 기사를 세 개 이상 비교하면서 읽었어요. 알츠하이머를 다룰 때 환자 가족의 입장, 약물 효과나 부작용 등 각각 초점이 다르더라고요. 다양한 시선으로 탐구 주제를 접하다 보니 사람의 기억을 지켜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꿈도 더 확실해졌어요.”
<생명과학> <정보> 융합해 반사회적 인격 장애 탐구
서율씨는 희망 진로에 맞춰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선택해 깊이 있게 공부해나갔다. 신약 개발과 밀접한 화학과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경쟁률이 높았던 화학 탐구 동아리에도 들어가 3년간 열심히 활동했다.
탐구 주제는 언제나 수업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1학년 <통합사회>에서는 유전자 변형 식품(GMO)을 주제로 생명 윤리와 사회 제도를 연결했다.
2학년 <사회문제탐구>에서는 알츠하이머와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과학적 근거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관련 정책의 실효성까지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3학년 <생명과학Ⅱ>에서는 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의 치료 사례를 통해 유전자 수준의 질병 치료 원리를 이해하고, 알츠하이머 예방에 응용할 방법을 발표했다.
“탐구 주제를 정할 때 교과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했어요. 너무 어려운 내용은 이해하기도 힘들고, 면접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거든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진로와 연결하되 약간 심화한 주제를 선택했죠. 검색만 해도 바로 나오는 흔한 주제는 피하고 뇌과학과 연결되면서 학교에서 실험까지 해볼 수 있는 주제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공지능수학>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는 통계를 기반으로 약물 반응을 직접 예측해볼 수 있었다. 통계청 자료로 추세선을 만들어 수학을 활용했고 어려운 부분은 팀원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3학년 때 <융합과학> 탐구 활동으로 진행한 ‘AI 기반 사이코패스 예측 시스템’ 프로젝트였다. <생명과학Ⅱ>와 <정보>를 융합해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 구조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AI를 이용해 뇌 MRI 데이터를 분석했고, 고위험군을 구분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서율씨는 공개 뇌 영상 데이터를 수집했고, 팀원은 AI 모델을 학습시켜 데이터를 분류했다. 실험 과정에서 오류가 반복돼 어려움도 많았지만 AI가 뇌 사진을 분류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AI와 신약을 동시에 배우는 교육과정
서율씨는 논술전형으로 2곳, 학생부종합전형으로 4곳에 지원한 결과, 덕성여대 AI신약학과에 일반전형으로 최초 합격했다. 제약회사 인턴십을 비롯해 졸업 후 기회가 넓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학교와 동아제약이 연구 협약을 체결해 인턴십 기회도 많고 졸업 후 진로도 탄탄해요. 대신 수업은 정말 쉴 틈이 없어요. AI와 신약을 동시에 배워 다른 과의 1년 공부를 한 학기에 소화해야 하거든요.”
서율씨는 고교 시절 깊이 다루지 못했던 뇌과학과 정신 질환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각종 연구에도 참여하고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종 목표는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연구원이다.
“진로가 뚜렷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학부제나 자유전공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며 방향을 찾을 수 있거든요. 흥미와 적성에 맞는 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취재 박선영 리포터 hena2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