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양수산부’만 부산으로 옮기나

2025-07-11 13:00:12 게재

임시청사 확정 … 기능강화 무소식

힘없는 해수부 북극항로 부실 우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할 청사를 확정했지만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할 기능강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균형발전전략이라고 치켜세운 북극항로 준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일 건물 없어 두 개 건물에 분산 = 해수부는 10일 부산으로 이전할 청사 위치를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1995년 준공)과 협성타워(2007년 준공) 두 곳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9개층 건물 전체를 사용할 IM타워는 본관으로, 15개층 중 6개층을 사용할 협성타워는 별관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두 건물은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 인근에 있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2정거장을 이동한 후 각각 걸어서 2분, 1분 거리다.

해수부는 부산시가 추천한 건물들을 대상으로 올해 안에 이전할 수 있고 민원인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건물을 구했지만 해수부 본부 인원 850명이 모두 들어갈 수 있는 단일 건물을 찾지 못해 인근에 위치한 두 개 건물을 임시로 사용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청사 이전에 필요한 예산의 예비비 확보 등 행정절차를 거쳐 사무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설계·공사를 신속히 추진해 연내 일괄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수부 이전 추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성범 차관은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해수부의 신속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해수부 직원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전·주거 등 정착지원 대책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10일 임시 사용할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에 있는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양수산부가 본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IM빌딩(가운데 흰색건물). 별관으로 사용할 협성타워와 함께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 인근에 있고 북항 재개발지역과 멀지 않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도 우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해수부의 빠른 결정을 환영한다”며 “해수부가 빠르게 임시 청사 위치를 결정한 만큼 연내 이전이 이뤄지도록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하버시티 동구의 미래 100년을 여는 신호탄"이라며 "정부의 빠른 결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곽규택(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 국회의원은 임시청사 위치가 부산항 개항의 역사성과 현대적 접근성이 결합된 북항 일대임을 강조하며 “조선통신사의 출항지이자 근대 항만물류의 시발점인 동구는 해양수산 미래 산업이 펼쳐질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아직 말 뿐인 해수부 기능강화 = 하지만 신속한 이전 못지 않게 중요한 기능강화는 말만 무성할 뿐 가시적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정부 예산 중 1% 규모에 불과한 해수부로는 북극항로 준비에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없어 기능확대와 강화는 필수조건으로 거론됐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지금 모습 그대로 해수부가 부산으로 옮겨가기 보다 기능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북극항로를 선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해수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해수부 구성원이 성장동력을 하나 더 만드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국토교통부의 항만개발 배후 인프라 개발 문제, (섬 정책 중) 행정안전부가 하고 있는 유인도 정책 등을 해수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북극항로를 선도하려면 해양정책과 산업정책은 한 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교수도 7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출범 및 이재명정부 해양수도 부산 실현 대선공약 이행 방향 전문가 토론회’에서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면 공간 개념으로 해수부보다는 해양경제부나 해양산업부로 해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호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은 이재명정부 초대 해양수산비서관으로 발탁된 후 9일 부산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부산에 둥지를 틀게 될 해수부 덩치를 확실하게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2004~2008년) 때 해수부 예산이 5조8000억 원이었는데,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다”며 “이처럼 낮은 예산 배정은 해수부 발전을 막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비서관은 해수부에 2차관를 신설하는 것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HMM 부산 이전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 △해사법원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수부가 이전하는 부산지역에서도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 위상에 맞는 ‘제대로 된’ 해수부를 요구하고 있다.

7일 발족한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는 해양수도 부산 실현을 위해 해수부의 조속한 이전과 함께 △조선 해양플랜트국제물류 등 기능 확충 △복수 차관제 도입 등 해수부의 위상과 역할 강화를 요구했다.

협의회는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부산변호사회,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부산수산정책포럼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문대림(더불어민주당. 제주 제주시갑) 의원 등 31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3월 공동발의한 ‘북극항로구축 지원특별법안’은 △해수부 장관이 북극항로 구축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하고 △북극항로 구축·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협의·조정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북극항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정연근 곽재우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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