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첫 조각 시험대…“낙마보다 무서운 버티기”
갑질 등 민감 흠결 수두룩 … 대통령실·여당 “청문회 보자”
윤석열정부, 부적격 임명 강행해 지지율 추락 단초 제공
다음 주부터 무더기 인사청문회가 예고돼 있는 가운데 이재명정부의 첫 조각 성적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의 ‘반발 여론’이 강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으로 앉아있는 11개 상임위에서는 야당의 반대에도 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임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올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독주’ 비판을 쏟아내고 민주당은 ‘발목잡기’라며 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정은 여론에 의해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부적절 인사를 오랫동안 끌고 갈 경우엔 이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0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일단 청문회를 보고 판단하자는 게 대통령실과 여당의 입장”이라며 “결국 자신들이 청문회에서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인사청문회 이전에 이 대통령이 지명철회하거나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부적격 논란 후보자에 대해 여당이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쳐 줄지도 미지수다. 특히 국회의원이 아닐 경우엔 여당에서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송미령 농림부 장관 유임’을 대처했던 방식과 같다. 이 대통령은 송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여당 의원, 농민 등을 설득하는 것은 ‘송 장관의 몫’으로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일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앞의 관계자는 “교육부장관이 논문 표절하고 유초등교육법을 위반해 자녀 조기유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에서 누가 나서 방어해주겠나”라고 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에 대해서도 “갑질 문제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민감하다”면서 “현재까지는 피해자인 보좌진의 폭로가 나왔는데 사실 관계 확인이 가능한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주식 등 재산축적과정에서 드러난 이해충돌과 법 위반 가능성 역시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도 쉽지 않아 보인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해 충돌을 초래한 주식거래, 농지법 위반 의혹, 논문 재탕·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증여세 탈루, 겹치기 월급, 부동산 투기 등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치 이재명 정부 내각은 범죄종합선물세트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했다.
이재명정부 첫 조각의 앞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김민석 총리가 여당 단독으로 임명된 데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내부 분열로 보수진영으로부터도 외면 받아 지지율 추락에 직면한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를 반등의 발판으로 삼으려 총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반발에 ‘독주’로 맞설 경우엔 ‘여론과의 전쟁’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보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이라는 비판이 강해질 경우엔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임기 초반 50%대 지지율을 얻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첫 조각에서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도 임명을 강행하거나 버티다가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고 결국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졌다. 당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뿐만 아니라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 김승희 복지부장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임명 전후에 그만뒀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일단 청문회까지 보자”는 입장이지만 여론이 나쁠 경우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모 의원은 “청문회에서 최대한 겸손하게 해명하고 그 해명이 여론에 어떻게 반영될지를 봐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지명철회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후보자가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첫 조각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 지가 관심대상이다. 취임 한 달을 넘긴 이재명정부가 조각을 이달 중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대중정부는 첫 조각에 174일이 걸렸다. 이후 인사청문회가 도입됐고 노무현정부는 취임 이튿날 고건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이 나왔고 내각 구성을 완료하는 데는 취임 후 9일이 걸렸다. 이후 임기 중인 2005년에 인사청문회 대상자를 장관급까지 확대했다.
보수정권인 박근혜정부는 51일, 이명박정부는 17일 만에 내각이 구성됐고 201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출범했던 문재인정부는 출범 195일 만에 내각 구성을 끝냈다.
윤석열정부는 취임 181일 만에 첫 조각을 완료했다. 게다가 14명의 인사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채 임명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인사문제는 이후 지지율이 우하향 곡선으로 추락하게 만든 단초가 됐다.
빠른 조각도 필요하지만 여론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만든 원인 중 하나가 ‘인사’였다는 것은 한국갤럽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요인 중에서도 ‘인사’가 적지 않은 비중으로 지목받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결단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며 “끌고 가다가 그만두면 오히려 더 악재가 될 수 있다. 낙마보다 버티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