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희철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이사장
“토양 내 과불화합물 미세플라스틱 대응 시급”
국민 건강과 직결, 정치적 접근 아닌 과학적 토대 마련해야 … 과거와 다른 오염 형태 대응 필요
“2000년대 초기 불모지였던 토양정화기술력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북미와 비교했을 때 토양세척 토양경작기술 토양열탈착기술 등은 95~97%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과불화합물(PFAS)이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과학적인 토대 마련이 시급합니다.“
2일 서울 금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만난 최희철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은 토양오염 정화 및 복원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국내 토양정화업 등록 업체는 약 60여곳이며 이 중 약 40곳이 회원사로 등록했다. 과불화합물은 탄소와 불소가 결합해 이뤄진 안정된 인공 화학물질이다. 분해되지 않아 환경과 인체에 축적되는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기계 화학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한 만큼 토양도 여러 유해화학물질들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 위상에 맞게 오염된 토양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인텔로(Dataintelo)’에 따르면 2023년 국제 토양 정화시장 규모는 약 450억달러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토양 오염 제어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토양 정화시장 규모는 연평균 7.5% 성장, 2032년까지 약 85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정한 토양오염 검사 보완 중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활용하는 공간도 땅속 깊은 곳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 확대로 과거와는 다른 토양환경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전에 땅속 오염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기술은 물론 오염 정화 기술 개발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이 지중환경 오염위해관리 기술개발사업 등을 해오기는 했다. 하지만 현장 적용에는 아직 한계가 많은 등 상용화되기 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이동토사 적정 관리 문제 등 기술이 발달해 삶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그만큼 토양 오염에 따른 인체 유해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토사가 농지로 무단 방출되면서 벌어지는 토양 오염 문제에 대해 정부가 최근 일정 부분 제동을 걸긴 했어요. 하지만 국민 건강을 생각하고 땅을 오염시키지 않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억울한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정 규모 이상의 토양을 굴착해 반출할 경우 반드시 토양오염도 검사를 실시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양오염도 검사 확대와 함께 중요한 점은 공정한 검사 실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토양오염도 검사 비용 공탁제(특정 비용이나 보증금을 공공기관 등에 예치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건 제일 중요한 사항은 공정한 토양오염도 검사 실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토양오염도 검사 발주자와 검사기관은 보이지 않지만 ‘갑을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어요. 토양오염검사기관이 발주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 공정한 검사를 하기는 힘들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화토재활용시장 등 신시장 개척
오염된 토양을 정화한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정화한 토양도 잘만 선별하면 충분히 재활용해서 쓸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화토 재활용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국자원공학회지에 실린 논문 ‘토양세척공법을 적용한 비소 및 중금속 오염토양 정화 전·후 토양건강성 평가’에서는 “정화토는 주로 성·복토재로만 사용되고 있어 토양자원으로서 효과적인 활용성 제고를 위해 다양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화토의 토양건강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한다면 단순한 성·복토재를 넘어 농경지 재활용 등 다양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군부대 반환기지 등 대단위 토양정화는 현장 내 토양경작법을 많이 활용합니다. 유해한 유기물을 분해해 인체에 해가 덜하거나 식물이 흡수해 분해하는데 유리한 상태로 존재하게 하면서 토양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게 특징이죠.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재활용 가능성은 높아요.”
최 이사장은 “정화토 재활용 시장은 필요하지만 활성화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정화된 토양이지만 100% 오염물질이 제거된 게 아니라 기준치 이내로 정화된 토양이다 보니 산업현장에서 반기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폐기물의 경우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 순환골재를 일정량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어요. 정화토 역시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면 일정 부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생 폐자재와 달리 정화토 사용처와 발생지역 간의 수급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고 운반비 발생 등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겠죠.”
이날 인터뷰에서 최 이사장은 업계 현실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불소 기준이 완화되면서 그 대응에 정신이 없었고 전반적으로 경기도 어려웠다”면서도 “하지만 토양정화업계 미래는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양정화업계가 한 뜻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올해와 내년에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토양정화는 국민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와 함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해 선진국 수준의 토양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토양세척 = 간단히 설명하면 토양을 빨래하듯이 빨아 오염물질을 없애는 방식이다. 기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처리나 분상화 작업(오염된 토양을 물이나 세척액과 혼합해 슬러리 상태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큰 입자를 작은 입자로 분쇄하는 과정 등을 거친 뒤 특정 오염물질에 최적화된 산용출제를 주입해 화학적으로 탈착 되는 반응을 유도한다.
■토양경작기술 = 토양정화 분야에서 토양경작기술은 오염된 토양을 물리적으로 처리하여 정화를 돕는 기술이다. 오염된 토양을 굴착하고 뒤집어 섞으면서 공기와의 접촉을 늘려 오염물질의 자연 분해를 촉진시킨다. 토양 구조를 개선해 미생물 활동을 활성화하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생물학적 정화 효과를 높인다. 유기물 오염에 효과적이며 비교적 저비용으로 넓은 면적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토양열탈착기술 = 열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토양에서 분리하는 기술이다. 오염된 토양을 고온(보통 200~500℃)으로 가열해 휘발성 및 반휘발성 오염물질을 기화시켜 토양에서 분리한다. 유류 용제 폴리염화비페닐(PCB) 등 다양한 유기 오염물질에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