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보니

법인세 원상복구 시사…상속세법 개정 보류? “여러 의견 많아”

2025-07-16 12:59:59 게재

법인세 ‘응능부담 원칙’ 따른 과세 강조

“비슷한 경제규모 국가 중엔 낮은 편”

상속세 개편방안엔 “찬반의견 엇갈려”

윤정부 감세정책엔 “효과 확인 어려워”

재정준칙 완화시사 “재정이 역할해야”

이재명정부가 법인세 ‘원상복구’에 나설지 주목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런 방침을 시사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최고세율 25%였던 법인세는 윤석열정부가 1%를 내려 24%가 됐다. 이 과정에서 매년 약 20조원의 세수가 줄면서 ‘부자감세’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법인세를 올리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 후보자가 다시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구 후보자는 상속세 개정에는 보류적 입장을 내놨다.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최종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7일 열린다.

국회 기재위 개의하는 송언석 위원장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등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법인세 비율 낮은 편” =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지난 정부에서 경기둔화,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4년과 2023년 예산안 대비 세금은 각각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이 덜 걷히며 초유의 ‘세수펑크’를 냈다.

부동산 거래가 주춤하면서 부동산 관련 종합부동산세와 취득·보유세수가 크게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업 실적악화로 법인세 세수도 2년 연속 결손으로 이어졌다. 법인세 세수 결손 규모는 2023년 24조6000억원, 2024년 15조2000억원이었다. 전체 세수 부족의 절반 가까이가 법인세에서 발생했다.

구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인 국가와 비교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한 세율이 다소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수준의 적정 여부는 각국의 재정 여건과 대내외 경제 상황, 기업 경쟁력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정부 세제 개편에 대해 일부에서 고소득자 및 대기업 감세라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응능부담의 원칙(납세자의 경제능력에 따라 세금부과)에 따라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법인세 조정의 여지를 열어 둔 셈이다.

◆“부자감세 효과, 확인 어렵다” = 구 후보자는 윤석열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실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지난 정부의 세제 개편은 감세를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고 세수도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했다”며 “하지만 최근 경제상황과 세수감소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정책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 정부 경제 수장이 전임 정부 감세 정책의 효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시절 감세 기조를 반영한 세제 개편의 영향으로 중장기 세수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2022년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향후 5년간 약 13조1000억원에 이른다. 2023년 개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는 4719억원, 2024년 개정안으로는 5년간 4조3515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감세정책 여파는 국세수입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395조9000억원이던 국세수입은 2023년 344조1000억원으로 51조8000억원 줄었다. 지난해에도 336조5000억원으로 7조6000억원 줄었다.

◆상속세 개정엔 유보적 입장표명 = 지난 정부에서 강조해 온 재정건전성과 재정준칙에 대해서는 탄력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재정)준칙을 운영 중인 여러 나라에서도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기준 완화 등 준칙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의 역할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모두 중요한 가치”라고 답했다.

1950년 도입 이후 75년간 지속된 전체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 체계를 상속받는 재산에 따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측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재정 여건, 수혜 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지난 윤석열정부에서 국회에 제출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올해 세법 개정 논의에서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통상 매년 7월말쯤 세법개정안을 확정해왔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는 8월초쯤으로 세법개정안 발표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초과이득세(일명 횡재세) 도입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초과이득세 도입은 업종 간 과세형평 및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이득세를 도입한 일부 해외 국가에서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 공급대책도 마련 =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 4.5일제는 근로시간 단축에 효과적이나 인건비 증가 등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 은행권과 한국은행이 도입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구 후보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혁신 기회로 보는 시각과 함께 통화정책 및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통화당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다양한 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정책 방향을 정해 나가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경제·사회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했다.

구 후보자는 “최근 우리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자본투자 둔화, 생산성 향상 정체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AI 대전환, 초혁신 경제 등을 통한 선도경제로의 전환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AI 대전환을 통해 초혁신 경제로 가기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며 “핵심 아이템별 사업을 추진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면서 초혁신경제로 이어지는 생산성 향상과 성장의 선순화 구조를 이끌어 내겠다”고 답했다.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규제 외에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국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부동산 시장의 수급 양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우수 입지에 충분한 규모의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확신을 통해 수급 불안 심리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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