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법인세율 원상회복, 응능부담·효과 따져보겠다” 밝혀

2025-07-18 13:00:10 게재

“세입기반도 약화” 우려 … 기재장관 후보자, 기재위 인사청문회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도 적극 검토 … AI투자 ‘성과 중심 확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정부가 24%로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정부 당국자가 법인세 인상 검토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인세 인하로 세입기반과 조세형평성이 약화됐다고도 했다. 응능부담(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과 (법인세 원복시) 효과를 따져 결론을 내리겠다는 취지다. 이미 여권 내부에선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과 부자감세 기조 철회를 위해선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자 재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법인세수 감소는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경기하락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재계는 법인세마저 오르면 통상 불확실성 속 투자와 고용 등 기업 활동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답변하는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법인세율 인상 ‘군불떼기’ =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 후보자는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율 등 법인세를 원상회복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응능부담이나 효과를 따져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은 24%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율은 26.4%로 높아진다. 윤석열정부는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3%p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1%p만 낮췄다. 당시 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구 후보자가 법인세 인상 검토를 시사한 근거에는 최근 2년간 발생한 대규모 세수 결손이 있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5700억원에서 2023년 80조4200억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62조5000억원까지 감소했다.

민주당은 이런 추세의 핵심원인이 윤석열정부의 감세 정책, 특히 법인세 인하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구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지난 정부에서 경기 둔화,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법인세 인상 필요성의 배경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5년 간 약 210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정이 연일 강도높은 지출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이유다.

◆“종합검토”로 발언수위 조절? = 윤석열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조세형평성을 거스르는 부자감세라는 세간의 인식도 한 배경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영업적자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한 영향 등으로 전체 세수에서 근로소득세 비중이 법인세와 비슷해지기도 했다. 이때문에 “형평성을 제1원칙으로 해야 할 조세여건이 응능부담의 원칙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이날 구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의 압박에도 ‘검토’ 이상으로 발언수위를 높이지는 않았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부담 가중 문제 역시 함께 검토해야 할 상황이어서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전임 정부의 감세 조치로 효과는 없고 세수 기반이 무너졌으니 당연히 원상회복해야 한다”며 “검토하겠다는 답변은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 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구 후보자는 아직 후보자 신분임을 내세워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만 밝혔다.

실제 올해 들어 법인세수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법인세는 42조7000억원 걷혔다. 1년 전보다 14조4000억원 늘었다. 2023년 바닥을 찍었던 기업실적이 지난해 반등한 영향이다.

◆증권거래세 원상복구도 추진 =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해 온 증권거래세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함께 추진됐었다. 하지만 금투세 시행이 전면 폐지된 반면 증권거래세율은 예정대로 지난해 0.18%에서 올해 0.15%로 내렸다. 금투세가 폐지됐으니 증권거래세 인하도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오 의원의 지적에 구 후보자는 “그것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존 투자세액 공제와 별도로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대해선 생산량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시설투자나 연구개발투자가 신규로 이뤄줘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투자세액공제다.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하면 국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관련해선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라며 “(장관으로) 임명되면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속세를 상속인 기준으로 바꾸는 유산취득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재정 여건, 수혜 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재벌개혁 지속추진 시사 = 아울러 ‘외국인들이 내국인보다 완화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국내 부동산을 손쉽게 매입한다’는 지적에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관련 실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세대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젊은이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단기간에 주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자금 지원도 할 수 있으면 해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과 관련해선 “결국 지역 산업이 살아나야 한다”며 “AI 산업을 중심으로 특정 업종을 지역에 우선 배치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구 후보자는 인사청문 서면답변에서도 “재벌 개혁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해 지속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기업 지배 구조 개선,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 상생 협력 확산 등을 위한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I 전담국 신설 추진 = 아울러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재부 내 ‘AI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조선, 자동차, 로봇, 드론 등 주력산업에 AI를 접목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AI 100조원 투자’에 대해선 민간 자본을 포함한 규모라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간위원과 세수 추계를 같이 한다든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기술 자문을 받아 선진국들이 세수 추계를 어떻게 하는지도 파악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리얼타임(실시간)으로 받아 AI를 장착해 정확한 세수 추계를 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공공기관장이 53명이나 임명됐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 후보자는 “경영평가 개편을 하고자 한다”며 “시장형 공공기관은 시장성을 강화하고 그 외에는 기관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효율적으로 할 때 평가를 잘 받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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