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공장장, 매년 수억원씩 절감”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서 AI 토크쇼
최태원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등 참여
“동네 세탁소에서 패션트렌드 예측가능”
“사천 공장에 AI 공장장을 들였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박사급 직원 2명 몫 이상을 해내고 있습니다. 수십 킬로 떨어진 공장 제어하는 디지털 트윈도 해보려고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18일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토크쇼 자리에서 한 지방 기업인은 이같이 말했다. ‘모두의 AI, 우리의 AI’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AI 세탁소, AI 검색엔진, AI 의료기기 대표 등이 참석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
지역에서 제조 AI 사례 공유에 나선 박만헌 CFA 부사장은 “생산성 제고를 위해 우리 공장 생산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는데 로봇 배치·운영 최적화가 안 돼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박 부사장은 “시뮬레이션을 위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매년 2억원, 그리고 운영 인력 인건비가 연간 1억5000만원이 넘더라”며 “중소기업들은 비용을 감축하고자 로봇을 도입하는데 정작 연간 3억~4억원을 따로 내야 하면 로봇 도입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AI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전문가 없이도 로봇 배치와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매년 수억원의 비용 절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장영재 카이스트 교수는 제조 AI에 대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AI가 공장 두뇌 역할을 맡아 공정을 분석함으로써 공장 가동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 중인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도 나왔다. 동네 세탁소를 AI 패션리더로 변화하고 있는 세탁특공대가 소개됐다.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는 “세탁 공장을 직접 운영하게 되면서 AI 도입을 모색하게 됐다”며 “고객 옷에 부착된 라벨을 매일 3만개씩 AI가 학습하면서 고객의 옷장 속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예 대표는 “의류업체들도 보유하지 못한 이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패션 트렌드 예측과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술자료 하이라이팅(웹 형광펜) 기능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시작해 전문지식 AI 검색엔진으로 진화한 ‘라이너’ 변신기도 소개됐다. 라이너 사용자 90%가 미국 등 해외 연구소와 대학원 등에서 학술연구를 진행하는 이들이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하이라이팅을 통해 축적된 전문지식 데이터가 AI 검색엔진 전환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하고 “일반 데이터에 사용자 피드백을 입히면 AI가 더욱 똑똑해지는 것은 물론 오류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AI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데이터 기반 AI 스타트업 ‘뷰노’도 소개됐다. 뷰노는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환자의 X-레이, MRI 등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심장 나이, 심정지 가능성 등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예하 뷰노 대표는 무대에서 손가락 크기 심전도 측정기기를 직접 선보였고, 의료진이 없는 외딴 섬에서도 이 키트를 활용해 노약자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사람을 살리는 AI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AI 토크쇼에 청중으로 참석한 한 제조기업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인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서비스기업 대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AI에 대한 정보도 많고 관련 인력도 많아서 AI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게 용이하지만 지방의 경우 인력은 물론이고 사람 하나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 주도 선도적 AI 시장 창출과 혁신 AI 스타트업 육성 위한 투자 확대 등 AI 경쟁력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누구나 AI에 다가설 수 있는 모두의 AI를 지향하고 있다”며 “아직은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AI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활용한 AI 스타트업과 제조 AI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