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불황에 ‘20대 노무직·50대 상용직’ 일자리 증발

2025-07-21 13:00:02 게재

경기 하강에 노무직 고용부터 감소

구조조정에 정년 못 채우고 퇴직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감소는 20대와 50대에 집중됐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종사자에서,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에서 각각 건설업 일자리가 가장 많이 사라졌다. 건설업 침체가 고용시장으로 번지며 한국 경제의 성장이 발목 잡히는 악순환 고리가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였던 1999년 상반기(-27만4000명)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내 일자리는 어디에’ 16일 오후 경북 구미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춘하추동 취업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회사별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20대·50대 가장 심각 =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건설업 일자리 감소는 50대(-6만8000명)와 20대(-4만3000명)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 현 산업 분류 기준으로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2014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50대는 3분기 연속 취업자가 줄어든 데다가 감소폭이 점차 더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9000명) 감소로 전환한 뒤 지난해 하반기(-5만4000명)와 올해 상반기(-6만8000명)에는 감소 폭을 키웠다. 50대는 2014~2023년에는 반기 기준으로 3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취업자가 늘었다.

20대도 지난해 상반기(-1만3000명) 취업자가 줄어든 뒤 지난해 하반기(-3만7000명)에 이어 올해 상반기(-4만3000명)로 올수록 감소 폭이 커졌다. 20대는 2016년 하반기~2023년 하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3번 외에는 모두 건설업 취업자가 늘었다.

◆단순노무직 감소 폭 컸다 = 올해 상반기 건설업 일자리는 ‘단순 노무종사자’(-8만2000명)에서 가장 많이 사라졌다. 작년 하반기(-3만6000명)에 비해 감소 폭이 2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2014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도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3만3000명)에 이어 올해 상반기(-4만8000명)까지 점차 감소 폭을 키웠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임금근로자는 모두 1년 전보다 취업자가 감소했다.

특히 주로 정규직이어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근로자’(-5만6000명)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근로자’(-5만1000명)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순노무직에는 취업준비 중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20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악순환 우려 = 건설 경기 하강에 따른 고용 절벽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약해지면 내수와 생산 지표에도 충격을 준다. 결국 생산 악화가 다시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점차 하강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대비·잠정치)은 -0.2% 역성장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4%p다. 만약 건설투자가 제자리걸음만 걸었더라도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가 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주평’에서 “역성장과 고용시장의 불안을 주도하고 있는 건설 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막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경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시장 버블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설투자가 건강한 펀더멘털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토목 부문에 대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조기 집행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며 “지방 시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 개입, 공공 부문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 수립과 차질 없는 발주가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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