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령화 의료비 부담
미국 고령화·관세 부메랑…자국민 의료비 부담 커져
필수의료용품 해외 수입에 의존 높아, 관세가 되레 부담 … 장기적으로 자국 내 생산 도모
미국도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비 부담을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로 약품과 의료기기 등 의료비 증가 가능성도 있어 미국은 자국 의료이용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라리타스 팝팩츠 2024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 18.6%에서 2030년 20.7%로 증가해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급속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고령자가 미국 의료서비스의 주요 수요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변화 속에서 2025년 미국 정부는 전면적인 관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 4월 기준 의료관련 핵심 정책 내용으로는 △대부분 의료 수입품에 대해 10% 글로벌 관세 부과 △중국산 원료의약품(APlSs)에 대해 최대 245% 고율 관세 적용 △캐나다 멕스코산 의료기기에 대해 25% 관세 부과 등이 있다. 7월 기준 관세율에 대한 90일 유예가 진행 중이고 8월 1일 본격적인 관세부과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고령자들은 의료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정책당국은 최근 의료비 부담을 해소해야할 정책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고령자들은 질병 장애 이동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처방약 △보행기 △욕실 의자 △심박조율기 △인슐린 펌프 등의 의료 및 생활 보조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러한 필수의료용품의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제약 제조업의 미국 내 이전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를 목표로 하지만 관세는 본질적으로 세금이며 연금 등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고령자들에게는 의료용품의 가격 상승은 치명적일 수 있다.
2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행한 ‘글로벌바이오헬스산업동향’ 556호에 따르면 관세가 고령자 의약품-의료기기-의료서비스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관세로 의료비 인상 직접 영향 = 먼저 의약품 비용 증가가 전망된다. 미국병원협회(AHA)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의료시스템의 해외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암 치료제 △심혈관 의약품 △면역억제제 △억제제 △항생제 등 핵심 의약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관세 부과할 경우 이러한 의약품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의 원료의약품은 미국 제네릭 의약품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원가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고령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저가 의약품의 접근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의료시스템 서비스 기업인 비지엔트는 지출 관리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의약품 비용이 3.84% △비의약품 의료 공급망 비용이 2.3% △전체 의약품 지출의 54%를 차지하는 특수의약품은 4.4% 상승할 것을 예측했다.
의료기기 가격 급등이 전망된다. 넥스트50단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 145% 관세가 부과된다면 기존 3000달러(410만원)였던 전동휠체어는 4350달러(594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총 7350달러가 된다. 이는 245% 가격상승을 의미한다.
2025년 4월 5일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면제가 발표됐지만 의료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보청기나 휠체어 같으 의료용품에 대한 면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료기기에 대한 ‘제로포제로 상호면제(0% 수입관세)’ 모델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정책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아이로비의정서에서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설계되거나 적응된 제품에 대한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장애가 아니더라도 일부 고령자들에게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은 필수적인 품목이다.
의료서비스 비용 상승도 예견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블랙북 마켓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의료산업 전문가의 82%가 향후 6개월 내 병원 및 의료시스템 운영비가 15% 증가 △의료관리자 94%가 재정 부담으로 인해 장비 업그레이드를 지연할 예정 △공급망 전문가 90%가 조달 과정 중단과 부족 사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료관련 비영리기관인 카이저페밀리재단의 분석결과, 관세로 인해 보험사들이 2026년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뉴욕의 인디펜던트 헬스 베네핏은 2.9%,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는 3.6% 더 많이 보험료를 인상했다.
미국 고령자들은 메디케어와 같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2023년 기준 메디케어 수급자의 50%가 연소득 3만6000달러(4921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비용 상승은 많은 고령자들의 돌봄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로 인한 고령자 의료 불평등 심화 = 관세정책은 단순한 경제적 부담을 넘어 고령자 사회 내부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의 건강 형평성과 결속력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 불평등 영향은 저소득 고령층에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린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2년 미국 65세 이상의 10.9%가 빈곤층에 속한다. 미국 노인협회에 따르면 노인의 80%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령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와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저소득 고령자들은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조차 포기하거나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가 커진다. 농촌 병원들은 구매력이 작고 영업 마진이 적다. 가격 인상에 대응할 재정적 여력이 대형 의료시스템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공급비용 5% 증가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촌 병원 수익의 56%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로부터 지원됐다. 이는 도시 병원보다 정부 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 지급 한도보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많아진다면 농촌병원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가족돌봄 제공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 미국은퇴자협회에 따르면 가족 돌봄 제공자들이 연간 평균 7200달러(984만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돌봄가족의 60%가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만성스트레스와 번아웃,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고령자의 건강관리 방식 왜곡이 발생한다. 돌봄 당사자인 고령자들의 경우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사회활동 축소 △영양상태 악화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세로 인한 의료비용 상승은 다수 고령자들에게 의료선택의 어려움을 강요하고 농촌병원들의 의료서비스 축소 및 폐쇄 가능성이 높아지게 하는 등 고령자 의료이용 불평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 내 제조 확대가 장기적 핵심 과제 = 단기적으로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인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 내 의료 계약이 보통 3년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은 즉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계약 갱신 시점에서 상당한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또한 공급망 조달 차질로 인한 2차 파급효과가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제조 확대가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 기업 델브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12%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요 제약회사들이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의 자국 내 제조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존슨앤존슨, 머크, 노바티스, 애브비 등 주요 의료분야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내 정책적 대안으로 넥스트50재단은 고령자 의료비 상승 완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고령자가 사용하는 필수 의료용품에 대한 명확한 관세 면세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고령자들에게 중요한 의료 및 이동보조 제품의 미국 내 제조를 가속화하기 위해 보조금, 세액공제, 민관 파트너십 등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제조업 확장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기보다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산업계 협력을 통해 운영되며 중소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한다.
의료기관 운영 차원 대응 방안으로 미국의 대형 회계컨설팅 기업인 포비스마자르는 의료기관의 비용 관리 전략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관리의료 계약을 재협상해 관세 할증분을 포함시키고 정부와 보험사가 이 비용을 함께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 공급품 및 의료기기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프로세스를 개선해 내부 효율을 높이고 고령자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단·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의 위탁생산기업(CMO)에 세노바메이트 생산 기술을 이전한 후, 생산라인에 대한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마친 상태다.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CMO 시설을 이미 확보해 필요하면 즉시 생산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관세 정책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단기적으로 2년 재고 보유 완료와 향후 상시 2년분의 재고 보유를 계획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미국 판매 제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현지 CMO 파트너와 계약을 완료했다. 장기적으로 미국 생산시설 보유 기업 인수를 검토 중이다. 향후 미국 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2026년 말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