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여권 인사 향하는 내란특검 수사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이상민 25일 소환
‘윤석열 공범’ 한덕수, 위증 혐의도 수사
‘계엄해제 방해 의혹’ 국힘 의원 조사 임박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정부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와 함께 구 여권 인사들의 내란 가담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전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오는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이같은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했고, 허석곤 소방청장에게도 전화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고 지시했다는 게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의 지시사항을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등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은 지난 17일 이 전 장관의 주거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단전·단수 대상으로 지목된 언론사들이 있는 서울 중부·마포·서대문 소방서도 포함됐다.
특검은 이와 관련 지난 18일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을, 22일에는 이 차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허 청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며 의혹을 부인했었다. 하지만 특검은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찍힌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협조하는 등 계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위증 혐의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이 출석하면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임에는 이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는데 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의심을 받는다. 실제 김 전 수석은 이 모임 다음 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연락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한다’는 점을 알렸고, 강 전 실장은 뒤늦게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의 부서가 포함된 새로운 계엄선포문을 작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 이 전 처장, 김 전 수석 등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위증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윤 전 대통령의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혐의 등의 공범으로 지목한 데 이어 최근 위증 및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계엄선포문에 대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언제 어떻게 그걸 받았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특검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에는 계엄 선포 당일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장소에 놓여있던 계엄 문건과 대국민 담화문 등의 문서를 챙겨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최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접견실에서 계엄문건을 봤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과 나경원 의원에게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표결 불참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추 의원이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와 당사로 여러 차례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의심을 키웠다.
특검팀은 전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옛 방첩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을 토대로 12.3 비상계엄 해제 전후 국회 상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의 계엄 문건에는 ‘국회에 의한 계엄 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에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의결에 불참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추 의원 등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을 뿐 계엄 해제 표결 관련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