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평 국회의원실의 그림자들 ③ 갑질 문화, 전방위 견제가 필요하다

정기전수조사로 예방…“당론으로 인권보장 의무화, 공천 반영”

2025-07-24 13:00:05 게재

인권센터, 의원 조사 가능해야 … 독립적 국회 윤리위 가동 절실

윤리강령 채택·노조 설립·합리적 고용계약서 작성도 시도할만

보고서 “의회대학원 등 보좌진 위한 전문 교육제도 개설 필요”

강선우 사태로 ‘국회의원실 내 갑질 문화 청산’ 요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회의원실 갑질은 꼭짓점에 국회의원이 앉아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사전 예방과 사후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실의 갑질문화를 매년 정기적으로 전수 실태조사에 나서는 게 주요한 ‘차단막’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채용과 해임은 사무처에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회의원이 시행하는 이중 구조를 개선해 국회의원이 직접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과 관련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갑질문화를 배제하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사후적으로는 국회에 이미 설치돼 있는 인권센터를 강화해 전문인력 확충과 함께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국회 윤리위를 독립, 중립적으로 가동해 갑질 의원에 대한 징계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가 이러한 내용의 실천 결의를 시도한 적이 있다. ‘미투’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후 성폭력 전수조사결과 국회의원실 내에서도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적지 않음을 확인하고 ‘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실천 결의안’이 제출됐다.

정의당 등 진보3당, 강선우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3당이 연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2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21년 10월 27일에 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진영 의원 100명과 국민의힘 의원 1명(이명수)이 공동으로 ‘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실천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에는 ‘성희롱 및 성폭력, 차별적 발언 또는 혐오표현, 괴롭힘, 그 밖의 인권침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성평등 윤리강령을 제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 ‘국회의원 보좌직원 및 국회 직원들이 성인지적 직무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평등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국회인권센터의 위상을 제고하고 인권 보호 관련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직원을 확충하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객관적 조사 및 처리 등을 위한 세부적인 규정을 제정한다’는 결의도 포함됐다. 여성가족위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회의원의 윤리법규와 관련해 ‘국회의원윤리강령’과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이 있지만 성평등에 관한 사항이나 성차별적 발언 금지 등의 내용이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활동하는 국회의원들의 언행과 인권의식은 국민의 성평등 인식과 직원 등 여타 국회 구성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성평등 윤리강령’제정은 국회의 자정노력과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록 이 결의안이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여당 의원들의 ‘갑질문화 해소’ 의지는 확인된 셈이다.

갑질문화 청산에 유용한 또다른 방안으로는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공표’가 꼽힌다. 처음으로 국회 인권 전수조사에 나선 2021년 윤리위원장인 유승희 전 의원은 “정기적인 설문조사가 매우 효율적인 예방조치”라고 했다. 정기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이를 공표하면 의원실의 문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슈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이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점에서도 정기 실태조사는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회 인권센터는 2023년에 국회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전체 표본이 1000명에도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실은 300여명에 그쳐 ‘예방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이후엔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회의원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다. 한 전직 민주당보좌진협의회장은 “국회의원회관에 특화된 연구를 수행하고, 보좌진의 처우 및 복지 현황 즉, 연차사용, 육아휴직 등과 관련된 사항도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2023년에 실시한 ‘제 1차 국회 인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는 ‘인권 보장’과 관련한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보좌진은 “그냥 당론이라고 하면 잘 지키실 것 같다”며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이 하라고 했다, 권유했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당에서 이렇게 하라고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B보좌진도 “당론이 중요한 것 같다”며 “그거에 따라서 공천주겠다 하면 바로 바뀔 것 같다”고도 했다.

사후조치로는 단호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의원 등이 가해자일 경우 인권센터의 권한을 확대해 직접, 직권 조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C보좌진은 “처벌 사례가 있다면 조심하지 않을까”라며 “지금 그래도 된다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런 분위기를 좀 끊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윤리위를 강화해 의원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징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자정능력, 의지가 문제”라며 “윤리위도 만들어놓지 않고 가동도 안 될 뿐만 아니라 가동된다해도 제대로 심사나 징계도 하지 않으니 무슨 인권 보장 문제를 다룰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먼저 윤리위부터 상설화하고 윤리심사자문위를 독립해 강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의 방어권 확보를 위해 노조설립 등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다. 2021년 국민의힘 보좌진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이 추진됐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당시 보좌진들은 국회의원 말 한마디면 직장을 잃는 ‘파리목숨’으로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4년마다 새 직장을 찾는 구직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조 결성과 공제조합 설립에 나섰다. 이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수행비서 면직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해고기간이 아닌 1주일전 통지했다는 게 갑질논란으로 부상하면서 시작했다.

인권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D보좌진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며 “당에서도 인권교육을 하고 국회도 또 따로 있는데, 당 교육은 일정 시간 내에 안 들으면 당원권 정지가 된다거나 그런 규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보좌진에 대한 교육 보장과 처우개선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회 사무처의 ‘국회의원 보좌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우수한 인력의 이 직군으로의 유입 및 효과적 활용 등을 위한 한국 보좌직원 제도의 개선에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응답자들은 모두 보좌진의 처우개선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며 “공통적으로 국회 보좌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도 답했고 다음으로 응답자들은 공히 국회 보좌진의 고용상 불안정성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실제로 E보좌진은 “채용과 해고 절차에 대한 기준을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입법 역량과 상관없이 감정적 이유들로 해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보고서는 공개채용제 개선, 면직예고제 도입, 의회대학원 등 보좌진 및 국회 종사 인력을 위한 전문 교육제도 개설 및 강화 등의 제도적 개선책들을 제안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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