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운명의 1주일’… 정부 돌파구 고심

2025-07-25 13:00:29 게재

김정관 산자, 미 상무장관 만나 ‘관세인하’ 요청

“미, 최소한 일본 수준 요구 … 차별화전략 필요”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을 일주일 앞두고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 대응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25일 통상대책회의를 열고 한미 협상 막판 점검에 나선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언론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비서실장 주재로 정책실장, 안보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하는 통상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감까지 단 1주일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우리 정부 스텝은 다소 꼬인 상태다. 당초 이 기간 동안 우리 정부의 통상·외교 관련 고위급 인사들이 미국에 총출동할 예정이었지만 ‘2+2 한미 재무·통상 장관 협의’가 취소되면서 난기류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예정대로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하는가 하면, 전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미 당국자들과의 협의 상황을 일부 공개하며 한미 협상이 공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부인하고 나섰다. 대통령실도 한미 협상이 중요하고 예민한 국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분한 대응을 촉구 중이다.

산업부는 25일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측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약 1시간 20분동안 진행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만남에선 한미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을 포함한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김 장관은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소개하고, 이를 감안해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요청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8월 1일 이전 상호 호혜적 타결 방안 도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조속한 시일 내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산업부가 전했다.

협상장에 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내일신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얘기할 주요 사항은 충분히 얘기했다”며 “심도 깊고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극심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하면서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정부는 국내기업들의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의 현지 투자계획을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산 에너지 추가 수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참여, 원자력발전소 투자 등도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자동차와 쌀 시장 개방 등의 조건으로 관세인하를 이끌어낸 점이 우리에겐 부담이다.

이 대통령도 비공개 방미 후 24일 귀국한 위 실장의 보고를 받는 등 이후 한미 협상의 돌파구를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판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는 “8월 1일까지 그야말로 운명의 일주일”이라면서 “일본이 어느 정도 버텨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미국에 양보한 부분이 많다는 게 우리 협상팀에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최소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것이 뻔한 미국에 맞서서 어떻게 일본과 한국이 다른지 최대한 설명하고 차별화하면서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이재호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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