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백산 숨통 옥죄인 철조망을 40년 만에 푼다

2025-07-28 13:00:01 게재

아름다운 풍경으로 한국의 알프스라 불렸고, 웅장한 산세는 작은 백두산 같아 소백산으로 불렀다. 영남과 중원을 가르는 백두대간의 심장부인 소백산은 생태계 복원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사람 발길로 황폐화되었던 비로봉과 능선은 철쭉과 에델바이스 등의 야생화 천국이 됐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며 동화책에 나왔던 여우를 복원하면서 동물 낙원도 되고 있다. 소 허리 같은 육중한 능선에 초록 풀밭이 초원을 이루고, 그 위에 목화솜 같은 구름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장관을 바라보면 누구나 깊은 감동에 젖지 않을 수 없는 곳, 이곳은 명산 중의 명산 소백산이다.

그러나 공원관리자로서는 가슴 한편에 남은 찌꺼기처럼 꼭 해결해야만 했던 숙제가 있었다. 그것은 아직도 산 곳곳에 남아 있는 인공시설물들이다. 수십 년 전 설치 당시에는 안보 목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능을 다한 △참호시설 △시멘트 옹벽 △철책 등의 군사시설이 아름다운 풍경을 거스르고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진화를 방해하고 있다.

특히 소백산 제2연화봉을 둘러싸고 있는 녹슨 철조망과 회색빛 옹벽은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에 생채기를 냈다. 해발 13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존재하는 희귀한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위협요인도 됐다. 그러나 군사시설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편견으로, 그리고 숲속에 숨겨져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런 인공시설물들이 오랜 기간 방치돼 소백산을 옥죄어 왔다.

이에 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국방부 산림청 단양군 등 유관기관과 협의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공시설 철거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시설 철거에 따른 훼손지에 대하여는 생태계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자문을 받아 생태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생태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제2연화봉의 상처를 치유하면 소백산 전체가 더욱 안정되고 풍부한 생태계로 변화될 것이다.

그런 건강한 소백산은 지역주민과 탐방객 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소백산 효과’로 큰 혜택을 줄 것이다. 40년이나 숨통을 옥죄였던 제2연화봉이 철조망을 벗고 자유의 숨을 크게 내쉬는 그날을 어서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