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국민의힘…‘심리적 분당’ 상황까지 치닫나

2025-07-28 13:00:02 게재

친윤·친한·당권주자·혁신위 뒤엉켜 ‘난타전’

안철수, 권영세·권성동·김문수 인적쇄신 요구

피아 구분조차 불분명 … “차라리 당 재건축”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요즘 처지는 한마디로 백척간두다. 밖에서는 3대 특검의 수사망이 바짝 조여 오는데 안에서는 집안싸움으로 날을 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정당 해산’까지 거론한다. 당 일각에서 “이럴 바에는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재건축하는 게 낫겠다”는 한탄까지 들린다.

당 혁신안 발표하는 안철수 의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인적쇄신 방안 등 당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특검 수사 의원들, 당 떠나라” = 28일 국민의힘 곳곳에서는 내전에 가까운 분열상이 잇따르고 있다. 충돌과 분열 전선이 워낙 다양해서, 피아 구분조차 불분명한 모습이다.

친한계(한동훈)로 내달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27일 특검 수사 선상에 오른 친윤계(윤석열) 의원들을 겨냥해 “우리 당을 방패막이 삼아 숨어 있어선 안 된다”며 “이 분들은 우리 당을 즉각 떠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지켰던 친윤 의원 45명에 대한 인적쇄신도 주장한 바 있다. 친윤계 당권주자인 장동혁 의원은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으로 반박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윤핵관 권성동 의원도 충돌했다. 홍 전 시장은 SNS를 통해 “(2021년) 대선 경선 국민여론 조사에서 내가 10.27%p 차로 윤석열 후보에게 압승했는데, 당원투표에서 참패했다”며 “당시 윤석열캠프 총괄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이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통일교의 수십만 명 책임당원 가입이란 걸 알 사람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 의원은 “전형적인 허위사실 유포이자, 문제의 원인을 늘 타인에게서 찾는 ‘홍준표식 만성질환’의 재발”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지난 25일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3년’ 징계 권고안을 중앙윤리위에 청구했다. 두 사람이 6.3 대선 당시 당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교체하려고 했던 건 “불법적 행위”라는 판단이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SNS를 통해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 말로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 장동혁 의원이 전한길씨 등 보수 유튜버들과의 토론 방송에 참석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씨가 부정선거와 탄핵 반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당원들이 당 대표 후보자에게 궁금해 하는 점을 진행자들이 묻는 형태의 검증 방송”이라고 설명했지만, 친한계에서는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다”(조경태 의원)며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안철수 “김문수 거취 결정하라” = 앞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안철수 혁신위원장→윤희숙 혁신위원장 등 비윤 인사들이 나름 혁신 시도를 했지만 친윤이 점령한 당 지도부와 60여명에 이르는 친윤계에 의해 전부 좌절됐다. 윤 혁신위원장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죄 포함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강화 등 3개 혁신안과 4명(송언석·나경원·윤상현·장동혁)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했지만, 깡그리 묵살 당했다.

친윤계에 막혀 혁신위원장을 5일 만에 사퇴했던 안철수 의원은 28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단절’ ‘극단 세력과의 단절’을 혁신의 2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안 의원은 “당무감사로 지목된 두 분과 스스로 조사를 자청한 한 분도 윤리위 처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권영세·권성동·이양수 등 3명을 윤리위 징계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 의원은 “단일화 번복으로 당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이재명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한 김문수 후보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시기 바란다”며 당권 도전에 나선 김 전 장관에 대한 인적쇄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극심한 내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당내에서는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당이 사분오열되면서 ‘심리적 분당’ 상태에 처한 만큼 차라리 이를 인정하고 해체 뒤 재건축 수순을 밟자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분당을 전제로 한 ‘수도권 정당론’까지 나온다. 다만 ‘재건축’ ‘수도권 정당론’이 추진 또는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전망이다. 당위론만 있을 뿐 실제 추진을 시도할만한 세력과 인물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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