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국무위원 줄구속되나
‘단전·단수 의혹’ 이상민 31일 구속심사
한덕수·최상목·박성재 등 수사 빨라질듯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는 31일 오후 결정된다.
‘내란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윤석열정부 국무위원 중 구속 심사를 받는 첫 사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국무위원들의 ‘줄구속’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2시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앞서 25일 이 전 장관을 소환해 다음날 새벽까지 19시간가량 조사한 데 이어 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했다”며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같은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은 계엄 포고령 발령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하고 허석곤 소방청장에게도 전화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지난 17일 이 전 장관의 주거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이영팔 소방청 차장, 허 청장 등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도 “비상계엄 당시 이 전 장관이 전화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같은 이 전 장관의 행위가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소방청 등에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 혐의도 포함됐다.
이 전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자의적인 계엄 선포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법적 권한과 책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고 주장해왔으나 특검팀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봤을 때 이 전 장관이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개진하지 않았거나 방조했던 것으로 의심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를 몇 개 멀리서 본 게 있는데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된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이 전 장관은 김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내란 관련 구속되는 국무위원이 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신병이 확보되면 그를 상대로 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불법성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는지,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적극 가담했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한 전 총리에 대한 특검팀의 소환조사 및 신병확보 시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계엄선포 전 국무회의를 소집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및 폐기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 24일 한 전 총리 주거지와 국무총리 공관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불법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 지시사항이 담긴 문서를 건네받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전 장관과 함께 계엄 다음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심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