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지자체 ‘안도’
지역별 피해 우려 업종 지원 확대
‘소고기·쌀 방어’ 발표에도 긴장감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지자체들도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제약 등 지역별 주요 산업생태계에 미칠 급한 불은 껐다고 보고 있다. 축산과 농업 규모가 큰 지자체들은 특히 쌀과 소고기 시장개방을 막아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예상되는 일부 품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지자체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제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이를 해소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이번 협상은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적시적 대응”이라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시도 이번 협상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인천의 수출 1·2위 품목이 반도체와 자동차다. 이번 협상을 앞두고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가 애초 예고된 25%로 확정됐을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와 조선이 주력 업종인 울산시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 울산시 관계자는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된 만큼 울산시도 지역 기업들의 행정지원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주력산업인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협상타결 소식이 발표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자동차의 경우 수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돼 광주 완성차 공장의 차량 생산 및 수출 정상화, 협력 부품업체의 경쟁력 회복,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자동차 관세가 일본·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 품목에 대한 관세 부담에 대해서도 지자체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미 (철강 기업인) 포스코·현대제철의 주요 공장이 폐쇄에 들어간 상황에서 (철강 품목 관세협상 제외는) 지역민에게 끊이지 않는 재앙과도 같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축산물 추가 수입 개방을 우려했던 지자체들은 특히 이 분야 협상 결과에 만족해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우려가 매우 컸던 쌀 추가 개방과 30개월령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막아내 이웃 나라보다 협상을 매우 잘했다”면서 “폭우와 폭염 등 자연재해로 힘들어하시는 우리 농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한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농축산물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는 발표에 긴장했다. 또 이 때문에 2주 후로 예고된 한미정상회담과 실무급 후속조치에서 협상 결과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어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조선산업이 집적해 있는 경남과 전남 등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감 수주와 실적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에 대한 기대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조선 협력 전용 펀드는 전남 주력산업 중 하나인 조선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자체들도 지금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천시는 이번 관세 협상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서둘러 인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에 영향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또 관세 변동에 민감한 품목과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간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협상 타결 7시간 만에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경기도 특별지원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소비제 등 수출 중소기업에 특별경영자금 500억원(업체당 5억원 한도)을 추가로 지원한다. 앞서 지난 4월 특별경영자금 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지원을 두텁게 하겠다는 조치다. 여기에 ‘무역위기 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대상을 기존 6개 품목(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구리)에서 2개 품목(화장품 의료기기)을 추가해 8개로 늘리기로 했다.
곽태영·방국진·윤여운·곽재우·최세호·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