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부 공천개입 의혹’ 김영선 소환
특검, 김건희 조사 앞두고 수사 잰걸음
권오수 불러 ‘주가조작 연루 의혹’ 조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오는 6일 김건희 여사 대면 조사를 앞두고 ‘공천개입·주가조작 가담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 특검팀은 4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40분쯤 특검 사무실 앞에 나타난 김 전 의원은 “선출직에 나가려는 사람이 공천을 위해 노력하는 것마저 범죄가 된다면 범죄가 아닌 부분이 있느냐”며 “특검이 구족멸친(아홉 친족을 모두 멸한다)하는 식으로 사건을 만드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명씨로부터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대가로 그해 6월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보궐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는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와의 통화에서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상현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 여사의 경우는 지난해 4.10 총선에서 김상민 전 검사를 경남 창원 의창에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전 의원을 지원했던 명씨는 “김 여사가 ‘창원 의창구에서 김 전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민 특검팀은 지난 2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공천 과정에서 부당한 외부 개입이 있었는지를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핵관’(윤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윤 의원은 명씨와의 통화가 공개된 이후 명씨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의원은 “명씨와 거래하려 했거나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 김 여사 ‘전주 역할 의혹’ 조사 = 특검은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불러 9시간 가량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조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과 짜고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91명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사건이다.
이와 관련 권 전 회장은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이 확정됐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억원이 확정됐다.
이 사건 관련해 김 여사는 본인 계좌와 모친 최은순씨 명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사용된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에게 계좌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 사실을 알지 못했고 가담한 흔적도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재수사를 맡은 서울고등검찰청은 최근 김 여사가 자신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관리하던 직원과 2009~2011년 3년간 통화한 내용을 확보했다. 서울고검은 이를 통해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정황을 확인했다.
특검은 같은 날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 집사게이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소환 = 한편 민 특검팀은 김 여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거액을 투자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른바 ‘집사게이트’는 김씨가 IMS모빌리티를 통해 대기업·금융사 9곳으로부터 184억원을 ‘특혜성’ 투자받고, 차명 회사로 의심받는 이노베스트코리아를 통해 46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HS효성은 2023년 당시 계열사 4곳에서 총 35억원을 IMS모빌리티에 투자했다. HS효성측은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자동차사업 관련성 등을 고려해 투자했다”며 “당시 집사로 언급된 인물은 전혀 인지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검은 지난 1일 HS효성, IMS모빌리티,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IMS측이 김 여사와 김씨 친분을 내세우며 투자를 제안했고, 제안받은 기업들은 경영상의 위기를 모면하거나 향후 청탁에 활용할 생각으로 손해 보는 투자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해당 대상자들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김 여사는 오는 6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는다.
특검팀이 김 여사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명씨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혐의가 포함됐다.
특검팀은 4일 김 여사의 수행비서 유경옥 전 행정관을 지난달 25일에 이어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