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국가재무제표…부실 회계감사에 감사원은 ‘모르쇠’
2012년부터 매년 오류, 총규모 150조원 넘어
올해도 환경부·행안부 등 대규모 오류 못 찾아내
국회 예정처 “결산검사 주체·범위·의견 명시해야”
감사원이 회계감사를 마친 국가재무제표에 오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사원은 회계감사를 마무리하면서 별도의 의견을 내놓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2024회계연도 국가재무제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4년간 전기오류수정손익이 총 155조9000억원에 이르는 등 매년 감사원의 결산검사 후에도 국가재무제표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오류수정 이익은 91조6000억원, 수정 손실은 64조3000억원이었다.
국가재무제표상 전기오류수정 손익은 정부가 2011년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이후 각 연도별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2023년 결산 재무제표의 오류는 3조4000억원으로 이익이 1조4000억원, 손실이 2조원이었다. 이는 올해 제출된 올해 재무제표에 포함됐다.
올해 제출된 재무제표에 대한 오류수정은 내년 재무제표에 들어가는데 그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중앙관서별로 결산검사를 실시하고 내놓은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보고서’를 보면 환경부의 자산 66억2371만원 과대 계상과 행정안전부의 3억424만원 과대 계상을 수정했다. 그러고는 국회에 “국가결산검사는 감사원이 국가의 한 회계연도 재정활동에 대해 결산서 계수의 정확성·적정성 등을 확인하고, 국회 등에 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회계검사의 일종”이라고 확인하면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적한 내용 외에 각종 수치가 신뢰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환경부 2024회계연도 재무제표의 댐 운영관리·개보수 사업비 및 하천 관리 사업비 865억원이 자산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아냈다. 이는 감사원의 결산검사에서 발견한 자산부채 오류보다 13.1배 많은 금액이다. 이는 댐건설 및 댐치수능력증대사업이 환경부로 이관된 2018년부터 8년간 누적 8762억원 규모의 자산이 과소계상됐음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방교부세 미수채권(자산) 2조9000억원을 자산에 넣지 않았다. 이는 감사원의 행정안전부 결산검사에서 발견한 자산부채 오류(3억원)보다 1만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박소희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다양한 국가의 재정활동 집약체인 국가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훼손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국가 재정활동 소요 예측이 정확성을 잃게 된다”며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0조에서 주어진 회계결산 검사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자체 능력을 배양하는 한편, 책임감 있고 정확한 결산검사를 수행하여 국가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가재무제표의 경우 계정과목의 적용 오류, 자산과 부채 누락 등 회계처리 오류를 점검해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등 국가결산보고서를 검사하고 있으면서도 검사의견을 별도로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결산보고서에 책임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주요국은 대부분 국가결산보고서에 감사원장의 감사보고서를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의견거절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가재무제표 오류 발생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로 감사원이 국가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책임성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분석관은 “매년 감사원의 결산검사 후에도 국가재무제표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데 반해, 국가결산보고서의 책임 주체나 결산검사 의견 등은 국가결산보고서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회에 제출되는 국가재무제표가 매년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가 총자산, 총부채 규모의 신뢰성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향후 재정수입 예측과 국가 재정 종합적 관리의 정확성이 저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분석보고서상 언급된 ‘GAO(미국 회계감사기관)의 의견거절’은 재무보고 내부통제의 중대한 취약점과 감사범위제한 등의 사유로 표명된 것으로, 이를 근거로 검사기관의 의견 표명과 결산보고서의 신뢰성 제고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분석관은 “의견을 아예 표명하지 않는 것보다는 의견거절을 표명하는 것이 결산보고서의 신뢰성이 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편되는 국가결산보고서에는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와 책임성 강화를 위해 보고서의 결산검사 주체와 범위, 검사의견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국가결산보고서 개편 방안’에는 결산서의 책임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부총리 메시지를 추가해 국가 재정운용의 주요사안 및 이에 따른 재정지출 결과, 주요 결산지표에 대한 평가, 결산 절차 및 결산 책임성 등을 반영하는 메시지를 추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