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여론전…법인세율 인상·증시 세제안 놓고 ‘갑론을박’

2025-08-08 13:00:21 게재

“법인세 인상하면 투자위축, 기우” … “세수 5조 늘지만 투자 여력은 감소”

“법인세 높을 때 기업매출 더 늘어” … “대기업 위축, 일자리까지 줄어들 것”

“윤석열정부 부자감세 원상복구한 것” … “자본시장 활성화한다더니 역주행”

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안 논의를 앞둔 국회가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제개편 핵심내용인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잘못된 감세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엄호했다. 국민의힘은 법인세율 인상과 양도세 부과 기준 하향 등에 대해 “입으로는 코스피 5000을 말하나 실제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8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각각 세제개편안을 분석하는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토론회는 ‘재정위기 극복을 과제로 둔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 분석 및 평가’란 제목으로 열렸다. 국민의힘은 ‘2025년 세제개편안 평가 및 시장 영향 분석: 이재명 정부 첫 증세안, 누구를 위한 세제개편인가’를 주제로 개최했다. 세제개편의 핵심내용을 여당은 ‘정상화’로 야당은 ‘증세’로 규정지은 셈이다.

답변하는 구윤철 부총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세제개편안과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법인세 경영부담 놓고 설전 = 법인세 인상에 대해 민주당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 감세정책으로 망가진 세수를 정상화하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전 구간에서 1%p씩 인상된다. 최고구간(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세율은 종전 24%에서 25%(지방세 포함 27.5%)로 올라간다.

참석자들은 법인세율을 인상했지만, 한국과 경쟁하는 주요국 대비 실효세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동 배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실효세율을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은 24.9%로 호주(28.5%), 일본(28.4%), 독일(26.6%) 대비 낮다”면서 “현재 재정 상황과 세수 여건에 비춰봤을 때 구간별 명목세율 1%p 인상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이 재정수입 확충을 위해 2024년 최고세율을 19%에서 25%로 6%p 인상한 사례도 소개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3년 간 세수결손이 누적 발생했음에도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윤석열정부 3년간 잘못된 감세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한 조치”라고 법인세 인상에 힘을 실었다.

반면 국민의힘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일랜드는 법인세를 50%에서 12%로 낮추고 미국 트럼프 정부 역시 15%로 낮추는 방안을 예고했다”며 “한국이 이에 역행하면 기업을 해외로 유출시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 둔화, 통상 환경 악화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위기 극복의 주체인 기업의 경영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26.4%(지방세포함)도 OECD 38개국 중 11위다. 또 4단계 이상 법인세 누진 과세를 하는 국가는 OECD에서 한국과 코스타리카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세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인하하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며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사례를 보면 기업의 성장으로 인한 법인세 증가가 세율 인하로 인한 법인세수 감소를 상쇄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법인세 높았을 때 대기업 매출 ↑ = 한편 이날 나라살림연구소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았을 때 기업이 더 많이 성장했다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 경영을 옥죈다는 재계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날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을 토대로 ‘법인세 최고세율과 실효세율 현황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였던 2013~2017년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1%, 총자산 증가율은 5.7%였다. 반면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였던 2018~2022년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7.1%, 총자산 증가율은 8.4%였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은 기간에 오히려 성장성 지표가 개선된 것이다.

두 기간의 수익성 지표는 엇비슷했다. 2013~2017년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86%, 세전 순이익률은 4.32%였다. 2018~2022년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82%, 세전 순이익률은 4.86%였다.

연구소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은 최소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은행의 공식 보고서상으로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이 실제 내는 법인세는 최고세율이 높을 때 더 많았지만, 최고세율이 높을수록 최고세율과 실효세율 간 차이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3~2017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14.93%로 최고세율(22%)과의 차이는 7.07%p였다. 반면 2018~2022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16.33%로 최고세율(25%)과의 차이는 8.67%p였다.

연구소는 법인세 최고세율에 비해 낮은 실효세율과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의 수가 100여 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현행 법인세 체계의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연구소는 “법인세 적정 규모를 유지하고 과세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최고세율 인상과 함께 세율구조, 특히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적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공제감면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일몰 도래 공제감면에 대한 적극적인 정비도 함께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역행 비판도 = 증권거래세율 상향(현행 0.15%→0.2%)과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 하향(현행 50억원→10억원),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견해차가 컸다.

국민의힘 토론회에 참석한 원상필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코스피 5000포인트를 위한 모든 정책적 수단들을 총동원하겠다고 이야기 했다”며 “막상 발표된 안을 보니 증권거래세는 인상하고 대주주 양도세는 기준을 대폭 확대해 사실상 연말에 매물 폭탄이 확실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없던 세금은 만들고 있던 세금은 올리고, 주던 배당은 못 주게 한 상황”이라며 “대주주 기준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검토를 말했으나, 이미 국민들은 굉장히 큰 칼에 배였다”고 비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상무도 “(상장기업의)배당을 확실하게 늘리도록 유인하기에는 다소 좀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한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기업은)2500개 상장사 중에서 14%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또 대주주 과세 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12월에 반복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민주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오히려 부자감세 논란을 부를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정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의 소득을 분리과세를 하는 것은 시장의 합리적 경제 주체의 투자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호림 교수도 “2023년 기준 배당소득이 5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6882명으로, 총 신고금액은 12조원에 달한다”면서 “이들에게 50% 가까운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증시를 부양한다면 부자 감세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서도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신과 선동이 지나치게 퍼져 있다.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연말 매도 폭탄이 실제로 확인됐지만 이후 다시 폭풍 매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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