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얻은 정청래, 여야 안 가리고 ‘강공’ 모드

2025-08-11 13:00:02 게재

현장회의 “의원 다 어디갔나”

윤리특위 합의안 원점으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1주일을 보내며 안팎으로 ‘강공’ 행보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검찰·언론·사법개혁의 속전속결 처리를 독려하는 한편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반성없이는 인정하지 않겠다’며 악수를 거부했다. 국회 운영위 소속 여야의원들이 합의처리한 ‘국회 윤리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원점으로 되돌렸다. 8일 호남에서 열린 첫 현장 최고위에서는 “광주·전남소속 의원들은 다 어디 갔느냐”며 불참 의원들의 사유를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야권에 대한 주도권 뿐만 아니라 내부 기강잡기에 나선 것이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표는 2일 취임 후 연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동조 정당’이라며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 취임 일성으로 ‘야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더니 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는 “통진당 해산 사례로 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며 “국민의힘 내부 구성원들이 내란 중요임무를 했다거나 부하수행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만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내란특검 등 3대 특검 진행과 국민의힘의 내부 분란과 맞물려 ‘야당 심판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실제 정당해산절차를 시도하는 것과 무관하게 국민의힘을 탄핵 수렁에 묶어 야당 심판론을 키우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당 안에서도 나타난다. 정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6명씩 참여하는 국회 윤리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여야는 국회 운영위에서 윤리특위 구성안을 합의 통과시켰다. 여야 동수로 구성돼 여야 합의 없이는 징계안 등을 통과시킬 수 없어 ‘짬짜미 구성안’이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특위 구성이 시급하다는 공감대에 합의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그러나 “(윤리특위 구성안에 대해) 지적을 좀 했다. 곤란하다 생각해서 본회의 상정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합의를 했던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춘석 전 법사위원장이 주식 차명계좌 의혹으로 자진탈당하자 제명조치와 함께 추미애 의원을 후임 법사위원장에 내정한 것도 정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관련 결정 후 페이스북에 “후임 법사위원장은 추미애 의원으로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 선출한다. 특수한 상황에는 특수한 대처가 필요하다. 검찰·언론·사법개혁은 속전속결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6선의 추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지명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원내대표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상임위원장 인선 문제를 당 대표가 주도하는 것도 낯선 장면이다.

8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최고위에 불참한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불참 사유조사 지시’는 현역의원 기강잡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 앞서 “광주·전남 소속 의원들은 다 어디 갔느냐. 오신 분들은 오셨는데 안 오신 분들은 왜 안 나오셨죠”라고 물었다. 이어 “사무총장께서는 왜 안 왔는지 사유를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하라.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체 18명의 광주·전남 의원 중 이날 현장 최고위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9명이었다. 호남특위 등을 만들어 새 정부 출범 후 집권여당의 호남정책의 변화상을 알리려는 자리에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불참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정 대표는 “호남의 특별한 희생에 따른 특별한 보상이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민주당이 답해야 할 때”라며 “(민주당이) 호남의 숭고한 희생에 표시나게 실천으로 보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8.2 전당대회에서 호남권 일부 의원들이 정 대표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을 지지했던 점을 들어 ‘불편한 자리’를 피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지난 8.2 전대에서 정 대표는 권리당원(66.48%)과 국민여론조사(60.46%)에서 압승하면서 현역 국회의원 영향력이 큰 전국대의원 투표(53.09%)에서 소폭 앞섰던 박찬대 의원에게 승리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